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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에세이] '고객 사장님' 눈높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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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초기 여러 오프라인 매장을 돌아다녔다. 사장님들이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직접 듣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장이 신경 써야 할 일은 한둘이 아니다. 손님이 몰릴 때는 계산하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아르바이트생이 급한 사정으로 출근하지 못하기라도 하면 큰일이 난다. 차분히 매출을 분석하는 것은 요원하다. 하루하루가 전쟁 같은 일상에 ‘손님이 아닌 누군가’가 매장에 문을 열고 들어와 무언가 새로운 서비스를 도입하라고 제안한다면?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도 색안경을 끼고 볼 수밖에 없다. 오프라인 영업이 어려운 이유다.

어머니는 새로운 모바일 앱을 설치할 때마다 나와 동생에게 부탁하곤 한다. 자주 쓰지 않는 앱스토어 비밀번호를 기억하기 어려웠으리라. 모든 사람이 스마트폰을 쓰지만 누구나 편히 다룰 수 있지는 않다. 갤럭시S가 출시된 2010년대 초반만 해도 신문 지면에 앱 소개 코너가 있고, 친구들이 모이면 재밌게 쓰는 앱을 추천하곤 했다. 그때는 사용자가 새로운 앱을 설치하도록 유도하는 게 지금보다 쉬웠다.

그러나 2010년대 후반부터 사람들은 더 이상 새로운 앱을 설치하지 않는다. 2017년 컴스코어가 발표한 미국 모바일 앱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석 달 동안 미국 스마트폰 이용자의 절반 이상이 새로운 앱을 하나도 내려받지 않았다고 한다. 한국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캐시노트 서비스를 출시한 2017년. 모바일 서비스를 안착시키려면 ‘높은 벽’을 넘어야만 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질문은 ‘꼭 앱이어야만 하는가’였다. 매일 마주하는 일상의 고민을 해결하려면 간편하게 스마트폰으로 이용할 수 있어야 했다. 그러면서도 스스로 설치하기 힘든 별도 모바일 앱은 아니어야 했다. 오프라인으로 “이 앱을 이용해달라”고 영업해서도 안 됐다. 소셜커머스, 배달서비스, 고객관리 솔루션 등 오프라인 영업조직이 없는 회사는 없지만 우리는 캐시노트를 카카오톡의 챗봇 서비스로 시작했다.

걱정하는 목소리가 컸다. 소상공인을 위한 서비스를, 그것도 챗봇 기반으로 성공시킨 사례가 단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카카오톡에 종속될 것이란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캐시노트는 전국 150만 개 사업장에서 쓰이고 있다. 챗봇에서 시작한 서비스는 별도 모바일 앱과 판매시점관리시스템(POS)까지 자연스럽게 확장됐다. 사장님들은 장부뿐만 아니라 신용을 관리하고, 자금을 조달하고, 식자재를 발주하고, 결제와 POS를 포함한 가게 운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순간을 캐시노트로 해결하고 있다. 되돌아보면 지금에 이를 수 있었던 것은 스마트폰 앱을 만들려고 하지 않고 사장님들과 눈높이를 맞춰 고민을 해결하는 데 집중했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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