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제주도 여행을 다녀온 직장인 이유리 씨(27)는 제주국제공항을 방문했다가 깜짝 놀랐다. 공항 내 파리바게뜨 매장에 ‘로컬(지역) 특화 메뉴’를 사려는 사람들이 몰려있었기 때문이다. 이 씨는 “예전에 인기 많다고 들었는데 여전히 이렇게 대기줄이 길 줄은 몰랐다”면서도 “함께 간 친구가 제주도에 왔으면 이건 꼭 사가야 한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이처럼 식품업체들이 로컬 특화 메뉴로 선보인 제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해당 지역에서 판매하는 특산물 등을 활용해 특정 지역 매장에서 한정 판매하는데, 희소성이 있어 젊은 소비층의 구매력을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선 특화 매장 한정으로 선보이던 제품을 전국으로 확대하는가 하면 차별화된 제품군도 늘려가는 추세다.
SPC그룹이 제주도 내 파비라게뜨 일부 매장에서만 판매하는 ‘제주마음샌드’는 여행객들 필수 기념품으로 자리 잡았다. 제주마음샌드는 제주 특산물인 우도 땅콩을 넣은 과자로 2019년 8월 출시됐다. 1인당 구매 수량도 제한돼 이 제품을 사기 위한 ‘오픈런’이 벌어질 정도로,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엔 구매 방법을 설명하는 글이 올라온다는 후문이다.
실제 지난해 하반기 기준 제주마음샌드는 출시 4년 만에 누적 판매량 5000만개를 넘어섰다. 연간 판매량이 1200만개에 달해 하루 평균으로 환산하면 약 3만3000개가 팔린 셈이다. 회사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롤케이크로 기네스 기록에 등재된 파리바게뜨 실키롤케익의 판매량을 뛰어넘는 수치”라고 귀띔했다.
2021년 8월 선보인 가평 고속도로휴게소 내 ‘가평맛남샌드’도 상당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지역 특산물인 잣을 넣어 지역상생 취지를 살렸다. 이 같은 로컬 특화 제품군 인기를 확인한 파리바게뜨는 제주 지역 특산품을 활용한 ‘제주 몽생이(망아지의 제주 방언) 샌드’도 지난 5월 선보였다. 이 제품 역시 완판을 기록 중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최근 SPC그룹은 ‘던킨 부산역 라마다점’에도 ‘씨앗호떡’, ‘삼진어묵’ 등 부산 지역 명물을 담은 특화 메뉴 4종을 내놓았다. 이 매장에서 판매되는 ‘광안리 소금우유 크림도넛’과 ‘남포동 씨앗호떡 츄이스티’는 지난 5월24일 출시 후 지금까지 1만3000여개가 팔렸다. SNS상에는 해당 메뉴로 인증샷을 촬영한 사진이 심심찮게 눈에 띈다.
던킨 관계자는 “인증샷을 부르는 비주얼과 맛으로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는 광안리 소금우유 크림도넛은 일반 도넛 대비 약 2배 높은 판매 비중을 기록했고, 해당 제품 매장 매출 1등 제품으로 자리매김했다”고 말했다.
SPC그룹은 로코노미(로컬+이코노미) 트렌드에 따라 특화 매장과 메뉴를 지속 확장해나갈 계획. 회사 관계자는 “지역 고유의 맛과 감성을 담은 특화 제품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앞으로도 품질 좋은 지역 특산물을 활용해 다양한 특색 있는 제품을 개발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스타벅스도 로컬 특화 메뉴로 지역 매장 매출 증가를 견인했다. 제주 지역 전용 음료로 선보였다가 인기에 힘입어 전국 매장으로 확대한 ‘자몽 망고 코코 프라푸치노’가 대표적 사례다. 스타벅스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 스타벅스 ‘더제주송당파크R점’에서만 판매했을 당시 하루 평균 300잔 이상 팔렸다. “다른 매장에서도 판매해달라”는 고객 요청이 이어지자 이 음료를 프로모션 음료로 전국에 선보였다. 그 결과 전국 확대 출시 열흘 만에 약 60만잔 팔려나갔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이 메뉴에 대해 ‘카페인 부담 없이 도심 속 휴양지 느낌을 주고 매장에서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음료’라는 고객 평가가 많다”며 “특히 ‘자망코’(줄임말)가 SNS에서 입소문 나면서 매장을 방문한 젊은 고객들이 주문할 때 ‘자망코 한 잔 주세요’라는 식으로 많이 찾는다”고 전했다. 스타벅스는 프로모션 종료 이후에도 이 메뉴의 판매 연장을 계획 중이다.
업계는 로컬 특화 메뉴로 젊은층 수요를 확보하려는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관계자는 “지역 특산품을 이용해 만드는 한정판 제품이다 보니 희소성이 있어 가치소비를 즐기는 요즘 젊은 층에 통한 것으로 보인다”며 “각 브랜드만의 정체성을 담은 매장과 메뉴를 확장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