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분양이 늘고 있는 지방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을 유도하기 위해 CR리츠(기업구조조정 부동산투자회사)를 다음달 출시한다. 그동안 무너지는 지방 건설업계의 구원투수 역할로 여러 차례 강조한 대책이다. 그러나 정작 현장에선 늘어나는 미분양에 CR리츠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사업성이 낮아 CR리츠의 매입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서다.
1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다음달 CR리츠를 출시하고 연내 미분양 주택 매입을 시작할 수 있도록 심사 기간을 단축한다. 앞서 정부 수요조사에선 CR리츠의 매입 수요가 5000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CR리츠는 시행·시공사 등 투자자가 리츠를 설립해 지방 미분양 주택을 매입·운영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미분양 아파트는 리츠 운용 기간 임대로 공급한다. 투자금과 임대보증금으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상환하고 경기가 회복되면 자산을 매각해 수익을 배분한다.
정부는 CR리츠가 미분양 주택을 임대 운영하는 동안 사업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취득세와 종합부동산세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리츠의 조달 금리도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모기지 보증 가입으로 낮추고 보증 심사 기간도 2주 이내로 단축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장에선 부동산 경기 침체 장기화로 임대 기대수익이 너무 낮아 사업성이 크지 않다고 말한다. 지방 미분양 해소를 위한 수요 진작책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리츠가 미분양 주택을 매입해도 손해만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개발업계 관계자는 “수도권도 미분양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지방 미분양 물량의 사업성을 얼마나 평가해줄지 의문”이라며 “지방 미분양 물량은 더 소외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최근 분양시장에선 수도권 외곽 미분양 물량이 늘어나고 있다. 경기도 전체로 봐도 미분양 물량이 지난달 기준 1만 가구에 육박했다.
2009년과 2014년에도 나왔던 CR리츠의 부진한 성과도 민간이 부정적으로 전망하는 이유다. 개발업계에 따르면 미분양 물량이 16만 가구까지 치솟은 2009년 도입됐던 CR리츠는 4000가구를 매입하는 데 그쳤다. 미분양 물량 증가로 임대수익을 기대할 수 없게 되자 리츠가 매입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한 개발업체 대표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매입 확약이 있던 때도 매입이 부진했던 게 CR리츠”라며 “후순위로 참여하는 시행사와 시공사는 이득을 보기 어려운 데다 지난 대책에 들어갔던 매입 확약은 수도권에만 적용돼 지방에선 매입 가능성이 작다”고 지적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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