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img.hankyung.com/photo/202408/07.29699624.1.jpg)
보고가 늘수록 리더가 알게 되는 정보의 양도 늘어난다. 그런데 여기에서 문제가 하나 발생한다. 수많은 보고서를 통해 알게 된 온갖 정보 때문에 리더에게 ‘정보 비대칭성’이 생긴다. 구성원은 자신이 맡아 보고하는 분야 외에는 알기가 어렵지만, 온갖 보고를 받는 리더는 본인이 모든 문제를 마치 다 알게 된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는 뜻이다. 정보 비대칭성이 일으킨 ‘지식 착각’ 현상이다. 리더 위치에 있기 때문에 업무의 일환으로 자연스럽고 손쉽게 알게 된 수많은 정보를, 마치 자신이 스스로 노력해서 쌓아 올린 지식의 체계인 것처럼 착각하게 된다는 뜻이다.
![](https://img.hankyung.com/photo/202408/AA.37672492.1.jpg)
리더가 보고하는 직원들에게 ‘왜 이런 건 고려하지 않느냐’ ‘이것은 알고 있느냐’라고 물으며 트집까지 잡기 시작하면 보고서의 형식과 내용도 변한다. 사안의 본질을 깊게 파고들어 정확한 분석을 하기보다 다른 부서에서 어떻게 무슨 내용을 보고했는지 파악하기 급급해지고 적당히 잘 넘어갈 내용으로 구성하게 된다. 이런 보고서가 늘수록 좋은 의사결정, 현명한 판단은 요원해지기 마련이다.
한 발 더 나아가면 ‘보고 중독’으로 이어진다. 뭔가를 다 파악하고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상태, 내가 여러 사안을 잘 알고 판단할 수 있다고 믿는 상황을 위해 자꾸만 필요 없는 보고를 요구하게 된다. 중요한 분석에 충분한 시간과 소통, 수정이 필요한 단계에서도 그럴싸한 보고서로 작성된 결과물만 요구하게 되고, 이내 ‘보고를 위한 보고서’를 만드는 데 역량을 집중하게 된다.
다시 ‘왜 보고를 받는가?’라는 질문으로 돌아가야 한다. 올바른 의사결정을 위해서다. 리더가 지혜와 통찰을 얻으려면 리더 스스로 체계적·누적적 지식을 쌓고, 내·외부 전문가들과 깊이 있게 토론하고 그 내용을 내재화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수많은 보고서를 읽고 얻게 된 정보 비대칭성을 나의 지식, 나의 지혜로 착각하지 말기를 바란다. 그리고 혹시나 리더인 내가 어느 순간 보고 중독에 빠져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자.
“빨리 보고해”라고 말하기 전에 궁금하거나, 고민되는 지점이 있으면 스스로 먼저 숙고하고 자료를 찾아보는 시간도 가져보자. 인공지능(AI)과 검색 시스템이 발달한 요즘에는 사실 그렇게 많은 시간이 걸리지도 않는다. 내가 그 습관을 안 갖고 있을 뿐이다. 임원급 리더의 높은 연봉은 많은 보고서를 읽고 얻게 된 정보의 양 때문이 아니라, 그 수많은 정보 속에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통찰력’ 때문임을 상기하자.
고승연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