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의 기습 공격 후 닷새째 교전이 벌어지고 있는 러시아 남서부 접경 지역에 대테러 작전 체제가 발령됐다. 2022년 2월 개전 이후 우크라이나가 시도한 러시아 본토 공격 중 최대 규모라는 분석이 나온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자국군이 러시아 본토로 진격해 군사작전 중인 것을 처음으로 공개 언급했다.
10일(현지시간) 인테르팍스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반테러위원회(NAC)는 이날 성명에서 쿠르스크, 벨고로드, 브랸스크주(州) 등 국경지대에 전날부터 대테러 작전체제를 도입했다고 밝혔다. 지난 6일부터 우크라이나군이 국경을 넘어 쿠르스크 지역에 침투하자 러시아는 이에 맞서 격퇴 작전을 벌이고 있다.
NAC는 "우크라이나 정권이 우리나라 여러 지역의 상황을 불안정하게 하려는 전례 없는 시도를 했다"며 우크라이나군의 테러 행동을 막기 위해 알렉산드르 보르트니코프 NAC 위원장 겸 연방보안국(FSB) 국장이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쿠르스크와 벨고로드, 브랸스크에서는 이 지역을 다니는 개인과 자동차에 대한 검문, 이동 제한, 통신 제한 등 조치가 시행된다.
NAC는 쿠르스크에 대한 우크라이나군의 테러 공격으로 민간 희생자가 발생하고 민간 건물과 시설이 파괴됐다고 덧붙였다.
전날 러시아 비상사태부는 쿠르스크에 연방 차원의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지금까지 총 7만6천명 이상이 쿠르스크 국경지대에서 대피했다고 비상사태부 운영본부는 밝혔다.
교전이 벌어지고 있는 쿠르스크 도시 수드자에는 러시아 천연가스를 우크라이나를 통해 유럽으로 공급하는 가스관 관련 시설이 있으며, 쿠르차토프에는 대규모 원자력 발전소가 있다.
이에 원전 사고 가능성도 제기됐다. 타스 통신은 쿠르스크 원전에서 지난 8일 요격당한 미사일 일부로 추정되는 파편과 잔해가 발견돼 러시아가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관련 상황을 보고했다고 보도했다.
같은 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자국군이 러시아 본토로 진격해 군사작전 중인 것을 처음으로 공개 언급했다. 쿠르스크로 진격해 교전을 시작한 지 나흘 만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저녁 정례 연설에서 "오늘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총사령관이 최전선 상황, 그리고 침략자의 영토로 전쟁을 밀어내기 위한 우리의 행동에 대해서 보고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는 정의를 회복하는 방법을 알고 있으며 침략자에게 필요한 압박을 가할 것이라고 보장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침략자의 영토" 언급은 러시아 본토 공격을 직접적으로 가리키는 표현으로 해석된다. 그간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본토 공격에 직접적인 언급을 삼가왔다.
다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8일 "러시아가 우리 영토에 전쟁을 몰고 왔으니 그들도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느껴봐야 한다"고 우회적으로 언급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에 대규모 공격을 가하자 러시아의 '맹방' 벨라루스도 국경 경계 강화에 나섰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전날 우크라이나 드론이 자국 영공을 침범하는 '도발'을 했다며 접경지 병력 증강을 지시했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