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바오가 태어나고 우리에게 새로운 세상이 열렸습니다."
1354일간 우리에게 한없는 귀여움을 남기고 중국으로 떠난 푸바오와 에버랜드에서 생활 중인 바오 패밀리, 그리고 이들을 지극정성으로 보살핀 주키퍼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가 나온다. 오는 9월 4일 개봉 예정인 '안녕, 할부지'의 이야기다.
푸바오는 2016년 한국에 오게 된 암컷 아이바오와 수컷 러바오의 자연 번식을 통해, 2020년 7월 20일 한국에서 태어난 최초의 자이언트 판다다. 아이바오와 러바오가 한국에 온 지 4년 만에 태어난 푸바오는 세계적인 멸종 취약종의 탄생으로 많은 이들의 축복을 받았다.
태어난 순간부터 전 국민의 관심 대상이 된 슈퍼스타 푸바오는 ‘행복을 주는 보물’이라는 이름처럼 팬데믹 시기 많은 이들에게 가슴 따뜻한 위로와 힐링을 선사했다. 2023년 7월 7일, 푸바오의 쌍둥이 동생 루이바오와 후이바오가 태어나며 지금의 바오패밀리가 완성됐다.
'안녕, 할부지'는 바오패밀리와 주키퍼들의 특별한 관계, 그리고, 사람들의 이야기에 주목했다. 특히 푸바오가 중국으로 돌아가기 3개월 전의 이야기부터 시작해, 2024년 4월 3일 중국으로 향하는 여정을 담았다. 국외에서 태어난 판다는 생후 48개월 이전에 짝을 찾아 중국으로 이동한다는 ‘자이언트 판다 보호연구 협약’에 따른 것이다.
8일 열린 '안녕, 할부지' 제작발표회에서 강철원 주키퍼는 "푸바오에 대한 책도 쓰고 유튜브도 하고 방송도 해봤다. 영화 찍는다고 할 때 낯설고 가능한 일이겠냐는 생각을 했다. 푸바오가 중국 갈 날이 4~5개월 안 남았을 때였다. 많은 사람이 다 푸바오를 아는데 얼마나 신선한 이야기를 만들 수 있을까 걱정과 설렘이 있었다.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감동스럽다"고 소감을 전했다.
송영관, 오승희 주키퍼는 이날 바오 패밀리를 돌보느라 행사에 참석하지 못했다. 송 주키퍼는 영상을 통해 "영화배우로 데뷔했다니 얼떨떨하다. 영화관에서 바오들을 만날 생각에 설렌다"고 말했고, 오승희 주키퍼는 "큰 스크린으로 바오 패밀리를 만날 수 있다고 하니까 설렌다"고 말했다.
심형준 감독은 '안녕, 할부지'에 대해 "여러분이 다 알고 계신 푸바오, 중국으로 떠나기 전 3개월의 여정을 주키퍼의 시선으로 담백하게 담았다. 온 가족이 추석 연휴에 볼 수 있는 아름다운 동화 같은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강 주키퍼는 "푸바오가 태어나는 것은 저에겐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것이었다. 주키퍼로 34년째 일하고 있다. 어떻게든 해내야 한다는 생각으로 시작을 했다. 푸바오 울음소리 들었을 때 먹먹하고 터질 것 같았다. 그 이후로 주키퍼 생활 달라졌다. 오로지 푸바오의 안전에만 신경을 썼다"고 밝혔다.
그는 "푸바오가 유명해진 이유를 생각하자면, 어려웠던 시기 푸바오가 태어나 힘든 분들이 위로받고 희망을 얻었다는 메시지를 정말 많이 받았다. 제 진심에 동참해 함께 육아했다고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그분들의 사랑이 이어지고 영화까지 나왔다. 그분들에게도 새로운 세상이 열리지 않았을까"라고 부연했다.
앞서 푸바오와 바오패밀리는 포털사이트 영화 소개에 '배우'로 등장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이에 대해 강철원 주키퍼는 "주연들 보니까 정말 빵빵하다. 이렇게 귀엽고 예쁜 배우들이 있을까 싶다. 워낙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은 친구들인데 영화 데뷔까지 해서 감개무량할 것 같다. 루이바오는 특히 흡족해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푸바오는 외모적으로 특징이 굉장히 다양하다. 귀엽고 예쁘고, 사랑스럽다. 머리에 뿔처럼 나있는 털이 특징이고, 얼굴이 굉장히 둥글다. 사람의 마음을 녹이는 체형과 얼굴을 가졌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푸바오 육아 스타일에 대해 강 주키퍼는 "푸바오는 응석을 부리고 함께하길 바라는 친구다. 처음은 많이 설레고 걱정하고 긴장한다. 아이바오도 육아가 처음이라 그랬던 것 같다. 애지중지, 모든 진심을 쏟아 부었다"고 설명했다.
심형준 감독은 "푸바오는 영화에 계속 자고, 먹고, 앉아있었다"며 촬영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촬영이 끝나고 배우들과 술도 한잔하고 싶은데 너무 아쉬웠다. 그 친구의 매력이고, 그 모습이 귀엽고 사랑스러워 최대한 담아 보려고 노력했다"며 웃었다.
이어 "액션, 코믹은 후이와 루이가 담당했다. 감초 역할을 담당했다. 예상치 못한 것들을 많이 보여줘서 기억이 난다. 촬영 감독, 조감독과 특정 장면을 담고 나서 '건졌다' 싶었다. 시나리오가 없다 보니 하루하루 뭐라도 찍기 위해 고군분투했다"고 말했다.
영화에는 대중에 공개되지 않은 푸바오의 이별 전후의 이야기가 담길 예정이다. 강철원 주키퍼는 "푸바오가 떠나는 날짜가 정해지기 전부터 이별이란 걸 알고 있지 않나. 모든 만남에 이별이 전제된 것을 안다. 그래서 푸바오 팬들에게도 말했다. 이별 준비 잘하고, '더 잘할 걸'이라며 후회하는 실수를 범하지 말자고 했다"고 당시 심정에 대해 털어놨다.
이어 "날짜가 다가올수록 저 자신이 지켜지지 않았다. 감정 기복도 심해지고. 푸바오 보내기 직전 어머님을 여의게 되어 감정이 중첩됐다. 많은 분이 이해할 수 있을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내가 해야 했던 일이었기 때문이다. 어머니도 그걸 원하셨을 거라고 생각하며 그런 결심으로 가게 됐다. 푸바오가 지금까지 가슴 가득 있지만, 평생 잊지 못하고 가슴에 품고 살 것 같다"고 했다.
아울러 강 주키퍼는 "바오 팬들이 큰 힘을 주셨다. 이별 후 힘들어하는 부분이 있는데, 제가 위안을 조금이라도 드리고 싶었다. 푸바오를 보냈지만 제게 네 가족이 남아있고, 그들에게 진심을 보여줘야 하는 주키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또 "루이, 후이는 언니의 존재감을 아는지 모르는지 잘 지내고 있다. 아이바오도 쌍둥이 육아로 정신없다. 푸바오 잊지 않고 가끔 생각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러바오는 지금도 행복하게 잘살고 있다"고 말했다.
강 주키퍼는 푸바오가 떠나기 전 검역실에서 느낀 감정을 고백했다. 그는 "당시 푸바오가 감정표현을 한다고 생각했다. 판다들에게 힘든 시기가 번식기다. 푸바오의 경우 이별과 번식기가 함께 겹치는 바람에 힘들어하는 경우가 있었다. '할부지 힘들어요. 곁에 있어 주세요'라는 메시지를 받았다고 생각한다. 늘 보던 분위기의 팬들 응원과 사랑이 없는 상황에서 검역을 해야 해서 힘들었겠지만, 힘이 되어 주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심 감독은 "이별도 이별이지만 강 주키퍼와 푸바오의 재회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모두가 기다렸다. 저는 밀착해서 마지막 3개월을 보냈기에 재회를 너무 담고 싶었고 궁금했다. 저 멀리 푸바오에게 다가가는 강 주키퍼 백샷을 담으며 심장이 터지는 줄 알았다. 개인적으로 그 장면이 제일 설레는 순간이었다"고 떠올렸다.
강 주키퍼는 "제가 걸음이 빠른 사람인데 그때 더 빨랐다고 하더라. 마음이 급했다. 팬들의 많은 걱정도 있었다. 저는 푸바오가 잘 할 거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푸바오를 만나는 건 별개의 일이었다. 어떤 모습으로 맞이할까에 대한 기대를 했다. 한편으론 나를 너무 알아보고 반가워해 주면, 푸바오가 적응하는 데 또 다른 어려움을 주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했다"고 말했다.
푸바오가 중국에 간 뒤 학대 논란이 끊임없이 이어진 바다. 이에 대해 강 주키퍼는 "사람들의 우려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새로운 곳에서 노는 모습은 달랐을 거다. 그분들이 그렇게 느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검역을 받고 처음 타는 차를 타고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고. 야생동물에겐 긴장의 연속이다. 당연히 자연스럽지 못한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렇지만 우리는 푸바오를 잘 아는데 역시 잘 적응하고 시간이 지나면 잘할 아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제가 직접 보지 않고 팬들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 푸바오를 보러 갔다. 7월 초 푸바오는 적응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쯤 적응을 마치고 푸바오의 제2의 판생을 살아가지 않을까 생각하고 믿고 있다"고 강조했다.
심 감독은 '안녕, 할부지' 관전포인트에 대해 "푸바오 팬들 외에도 대중이 공감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어마어마한 이야기를 다루기엔 러닝타임의 한계가 있었다. 푸바오와 바오 패밀리의 예쁜 모습이 나오고, 주키퍼들의 이야기가 나중에 집중이 된다. 이별을 대하는 이들의 심정에서 나오는 감정이 관람 포인트"라고 말했다.
또 "온 스태프가 울고 웃으며 어메이징한 이야기를 깊이 있게 담았다. 혹여나 '나는 푸덕이가 아니야'하더라도 재밌게 볼 수 있도록 만들어봤다. 이번 영화를 통해 그들의 매력에 푹 빠지셨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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