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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시장이 일본 중앙은행의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적 발언에 환호했다. 우치다 신이치 일본은행 부총재의 금리 인상 신중론에 일본 증시를 대표하는 주가지수인 닛케이지수는 장중 3% 가까이 급등한 뒤 35,089.62로 전장 대비 1.19% 상승 마감했다.
엔화 가치는 1% 이상 하락세로 돌아섰다. 지난 5일 세계 증시가 폭락한 주원인 중 하나로 꼽힌 ‘엔 캐리 트레이드’(금리가 낮은 엔화를 조달해 고금리 국가 자산에 투자하는 행위) 청산이 진정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금리 인상은 신중하게
7일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달러당 148엔 턱밑까지 상승(엔화 가치 하락)했다. 144엔대까지 떨어진 엔·달러 환율이 이틀 만에 치솟은 것은 우치다 부총재 발언 때문이다. 그는 이날 홋카이도에서 열린 강연에서 “금융 자본시장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금리를 올리지는 않을 것”이라며 신중론을 펼쳤다.
우치다 부총재는 “당분간은 현 수준에서 금융완화를 계속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개장과 동시에 하락 출발해 오전 약 2.6%대 하락률을 보인 닛케이지수는 우치다 부총재 발언이 나온 뒤 한때 3% 급반등하며 35,750선을 넘봤다. 닛케이지수는 이틀 전만 해도 31,458.42로 마감하며 1987년 이후 사상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우치다 부총재는 일본은행의 최근 ‘기습 금리 인상’과 관련해서는 “엔저 때문에 수입 물가가 다시 상승세로 변하는 점을 근거로 삼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가) 정책금리를 계속 인상할 것이라는 판단에는 경제와 물가 전망이 (목표대로) 실현돼간다는 조건이 붙어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일본이 처한 상황은) 급격한 물가 상승세로 긴축 드라이브를 걸어야 했던 미국과 유럽 중앙은행의 몇 년 전 모습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우치다 부총재는 “최근 금융시장이나 경제지표가 큰 폭으로 변동하고 있다”며 “주가와 환율 변동성이 기업 투자 등 경제활동과 물가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은행은 이를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미국 경제는 연착륙할 가능성이 높고 일본 기업의 수익성도 강화됐다”고 밝혔다.
○1주일 만에 입장 변화
일본은행은 지난달 31일 단기 정책금리를 종전 연 0∼0.1%에서 연 0.25%로 인상하기로 전격 결정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당시 기자회견에서 “실질금리가 극히 낮은 수준에 있는 점에 입각하면 이번에 제시한 경제와 물가 전망치가 실현된다고 할 경우 거기에 맞춰 계속 정책금리를 올려 금융완화 수준을 조정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특히 그가 “소비지출이 부진하더라도 금리를 계속 올리겠다”는 강경 매파(통화 긴축 선호) 뉘앙스로 발언함에 따라 이는 시장에서 지속적인 통화 긴축을 시사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일본은행의 7월 금리 인상에 이어 이르면 9월 추가 인상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시장은 충격을 받았다. 이는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하 전망과 맞물리면서 더욱 폭발력을 발휘했다. 이후 본격적인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엔화 매도 포지션 축소)에 따라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시장에선 미국 경기 둔화 우려보다 약 20조달러(도이체방크 추산)에 달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 일부가 청산된 게 5일 블랙먼데이를 촉발했다고 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일본은행 총재가 금리 인상에 관한 발언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을 흔들어놓은 지 1주일 만에 부총재 중 한 명(우치다)이 이를 철회함에 따라 도쿄 증시의 급격한 회복과 엔화 하락세를 이끌었다”고 전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