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도심 곳곳은 10년 전 도입된 규제철폐지역(국가전략특별구역) 효과로 천지개벽 중이다. 도쿄 대개조의 시작점인 마루노우치를 중심으로 북쪽의 니혼바시, 동쪽의 야에스, 도라노몬·롯폰기·시부야에 이르기까지 ‘초승달’ 모양으로 트로피 애셋이 자리 잡고 있다. 국가전략특별구역 워킹그룹 좌장을 지낸 나카가와 마사요시 니혼대 교수는 “직장과 쇼핑, 식당, 놀이공간, 학교, 주거지가 한 공간에 뭉쳐진 ‘마치즈쿠리’(마을 만들기) 실험이 위력을 발휘하면서 도쿄의 도시 경쟁력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고 있다”고 말했다.
도시 규제 풀어 ‘현대판 마을 만들기’
지난해 11월 문을 연 아자부다이힐스(최고 64층)는 도쿄식 마을 만들기 프로젝트의 가장 최근 사례다. 낡은 목조주택이 모여 있던 대지 6만3900㎡를 모리JP타워(오피스), 레지던스 2개 동(주거 1400가구), 가든플라자 3개 동(상업·전시), 국제학교로 이뤄진 복합건물로 탈바꿈시켰다. 녹지 면적이 2만4000㎡로 전체 대지의 3분의 1에 달한다.아자부다이힐스에서 도쿄 메트로 히비야선 가미야초역으로 이어지는 지하 통로는 휴일에도 인파로 가득하다. 초입에는 유명 케이크 전문점인 하브스와 교토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아라비카커피가 입점해 있다. 조명 아트 전시장인 팀랩 보더리스와 명품 매장을 거쳐 에스컬레이터에 오르면 언덕 위 정원이 나온다. 도쿄 시내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설계된 이 정원은 문을 열자마자 지역 명소가 됐다. 레스토랑, 커피전문점, 약국, 편집숍, 서점 등 점포 수는 총 179개. 전시장과 식당가, 쇼핑몰을 둘러본 뒤 정원에서 쉴 수 있도록 공간을 구성해 집객 효과를 최대한 끌어냈다.
모리JP타워 안에 있는 국제학교(브리티시 스쿨 인 도쿄)와 게이오대 예방의료센터도 이 건물의 차별화 포인트다. 우리나라로 치면 서울시청 근처 무교동 전체가 모든 도시 기능을 갖춘 ‘현대식 마을’로 재구성된 셈이다. 모리빌딩 관계자는 “글로벌 인재가 살기에 적합한 도시를 만들자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아자부다이힐스는 디벨로퍼인 모리빌딩과 토지주, 정부가 뜻을 합쳐 이룬 성과다. 모리빌딩은 1989년부터 끈질기게 토지주 330명과 소통하며 신뢰를 쌓았다. 정부는 아자부다이힐스를 2016년 특구로 인정해 용적률을 당초 350%에서 990%까지 높여줬다.
국가 특구로 인한 건설 투자 효과 23조엔
도쿄에서 국가전략특별구역으로 지정돼 용적률 혜택을 받은 곳은 지난 6월 말 기준 55곳에 달한다. 2014년 3곳에서 매년 5개씩 늘어나고 있다. 문을 열자마자 지역 명소가 된 도라노몬힐스(637%→1450%), 미쓰이부동산의 니혼바시다카시마야(800%→1400%) 등이 대표적이다. 미나토구 도라노몬힐스역에서 롯폰기역까지 늘어선 모리빌딩의 ‘힐스’ 시리즈도 특구의 산물이다. NTT도모코, 텐센트, 월트디즈니, 구글, 라이엇게임즈 등이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정부도 내각부 주재로 도쿄도·자치구·디벨로퍼가 참여하는 특구 회의에서 도시계획 제안 6개월 이내에 한 번에 결정해 사업 속도를 높이고 있다. 도쿄도는 특구로 인한 건설 투자 효과가 23조엔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모리빌딩과 스미토모부동산은 아자부다이힐스와 롯폰기힐스 중간에 ‘제2 롯폰기힐스’도 추진 중이다. 대지 10만1000㎡에 오피스·주택·상업시설 등을 갖춘 지상 66층(327m) 7개 동을 짓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나카가와 교수는 “일본은 10여 년 전부터 노동생산성이 감소하고 있다”며 “지식 기반 산업과 인재가 한곳에 모여 생산성을 높일 수 있도록 도심부를 재정비하는 게 고령화 해법”이라고 말했다.
도쿄=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