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發) 경기 침체 우려로 아시아 증시가 폭락한 데 이어 미국 뉴욕증시도 5일(현지시간) 일제히 급락했다. 7월 고용 쇼크로 인한 침체 공포에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에 따른 글로벌 자금 이탈이 겹치며 주가를 끌어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서비스업 경기 지표 개선으로 전날 아시아 증시와 같은 폭락 사태는 피했지만 뉴욕증시에서 주요 빅테크 기업인 '매그니피센트 7'의 시가총액이 이날 장중 최대 1조달러(약 1368조원) 증발하기도 했다.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033.99포인트(-2.60%) 내린 3만8703.27에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160.23포인트(-3.00%) 하락한 5186.33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576.08포인트(-3.43%) 떨어진 1만6200.08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다우지수와 S&P500지수는 2022년 9월13일 이후 약 2년 만에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지난주 발표된 7월 미국 제조업 경기 위축에 미 실업률까지 4.3%로 오르면서 경기 침체 공포가 확산한 영향으로 해석된다. 이는 전날 '패닉 셀'(공포에 따른 투매)을 촉발해 아시아 증시 폭락과 이날 뉴욕 증시 급락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일본은행(BOJ)의 금리인상이 트리거가 된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으로 인한 글로벌 자금 이탈, 인공지능(AI) 반도체 관련주 '고점론' 등이 맞물리면서 투매가 나왔다. 점점 고조되고 있는 이스라엘과 이란의 전면전 위험까지 투심을 불안하게 했다.
다만 장중 미국 서비스업 경기 지표가 개선됐다는 소식에 침체 우려가 일부 완화됐다. 이날 미국 공급관리협회(ISM)가 발표한 7월 비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1.4로, 4년 만에 최처지였던 전월(48.8) 대비 2.6포인트 올랐다. 서비스업 경기가 한 달 만에 확장 국면으로 전환된 셈이다. 이에 나스닥지수는 장중 낙폭을 줄였다.
미국 증시 상승세를 이끌었던 주요 기업 '매그니피센트7'는 동반 하락했다. 엔비디아가 6.3% 폭락했고 애플은 4.8%, 알파벳(구글)은 4.6%, 테슬라는 4.2%, 아마존은 4.1%, 마이크로소프트는 3.2%, 메타는 2.5% 각각 빠졌다. M7은 장중 1조달러가 증발하기도 했다.
특히 애플 주가는 장중 196.21달러까지 떨어지며 200달러 아래까지 하락했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이하 버크셔)가 올 들어 보유 중이던 애플 주식의 절반을 팔아치운 것으로 나타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국채 금리는 상승 전환했다. 현재 글로벌 채권금리 벤치마크인 미 10년물 국채 금리는 3.78%,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 2년물 국채 금리는 3.89%로 전날(각각 3.69%, 3.67%) 대비 반등했다. 월가의 공포지수로 알려진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이날 뉴욕증시 마감 무렵 38.57로 상승해 2020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