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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팔길 잘했네" 번개장터 '안전결제'에 불만 폭주 왜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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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에 서둘러 판매하길 잘했네요. 물건 팔 때마다 수수료를 내야 하는 거라면 굳이 이 앱을 써야 하나 싶습니다."

지난달 중고거래 애플리케이션(앱) '번개장터'를 통해 60만원 상당의 가방을 판매한 직장인 지모 씨(29)는 번개장터의 '안전결제' 의무화 소식을 접하곤 이같이 말했다. 지 씨는 당시 번개장터를 통해 가방을 팔고, 물건 대금의 전액을 입금받았다. 평소 번개장터를 즐겨 이용했다는 그는 "사기 거래를 방지하기 위해서 안전결제를 의무화하는 것은 이해된다"면서도 "기프티콘이나 1만원 이하의 물건을 거래할 때도 같은 비율의 수수료가 적용된다니 반감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이어 "앞으로 번개장터에서 물건을 팔 때는 앱이 부과할 수수료까지 고려해서 초기 가격을 다른 중고거래 앱에 올릴 때보다 높게 책정할 것"이라며 "남들도 이렇게 생각한다면 같은 물건을 기준으로 번개장터의 가격대가 더 높아지지 않겠냐"고 우려했다.

번개장터가 이번달부터 모든 중고거래에 수수료를 매기는 안전결제 방식을 의무화했다. 직거래를 포함해 플랫폼 내에서 이뤄지는 모든 중고거래에서 안전결제로만 거래할 수 있다.

안전결제란 구매자가 실제 물건을 받아볼 때까지 결제금액이 번개장터에 묶이는 거래방식이다. 구매자가 앱 내에서 물건을 받았다는 '구매확정' 표시를 해야만 판매자가 대금을 받을 수 있어, 사기 피해 방지에 효과적이다.

하지만 이 결제 방식에는 수수료가 붙는다. 상품 금액의 3.5%로, 물건의 판매자가 이를 부담한다. 기존에는 이 서비스가 선택 사항으로 운영돼왔으며 물건 구매자가 수수료를 부담했다.

이에 이용자들은 고가의 전자제품이나 명품 의류·잡화 등을 거래할 때 당사자 간 합의로 서비스를 이용했다. 판매자 입장에선 판매대금을 다소 늦게 받더라도 신뢰도를 높일 수 있으므로 타 플랫폼 대비 빠른 판매를 꾀할 수 있다. 구매자는 사기 피해에 대한 걱정 없이 물건을 구매할 수 있어, 양측 모두 만족도가 높았다.

다만 이 서비스를 의무화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용자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기프티콘 등의 소액 판매 상품에도 예외 없이 수수료를 부과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판매자가 커피 기프티콘을 3800원에 판매해도 3.5%에 달하는 수수료가 부과된다. 이에 130원의 수수료를 제외한 3670원이 판매자에게 입금되는 식이다.

앱 내 이용 환경(UX) 자체가 직거래 상황에서도 안전결제를 유도한다는 점도 이용자의 반감을 샀다. 채팅창에서 직거래를 위한 계좌번호나 휴대폰번호, 외부 판매페이지 주소, '계좌', '송금', '이체' 등의 단어를 입력하면 모두 가려져 상대방에게 일절 전송되지 않는다. 이에 당사자끼리 직접 만나 거래하려고 해도, 수수료가 발생하는 안전결제 기능을 거쳐야만 하는 구조다.

이용자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탈퇴 인증을 하는 등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누리꾼들은 탈퇴 화면을 공유하며 "이제 당근, 중고나라만 쓰겠다", "구매자가 물건을 받고도 구매확정을 하지 않으면 판매자는 누가 보호해주냐", "(수수료 감안해서) 번개장터만 가격을 높게 올리면 물건이 팔리겠냐" 등 날 선 반응을 내놨다.

반면 구매자 입장에서 "고가의 물건을 거래할 때는 번개장터를 쓰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 누리꾼은 "10만원만 넘어가도 사기 거래일까 봐 걱정되는데 이제 그런 우려는 덜겠다"며 안전결제 의무화 조치를 찬성하기도 했다.

반면 직거래를 선호하는 일부 누리꾼들은 이체 정보가 전송되지 않는 점에 대해 "노트에 손글씨로 계좌번호를 써서 사진으로 보내니 전송된다"며 대화창 필터링을 피할 수 있는 '꼼수'를 공유해 수수료 부담에 반기를 드는 모습도 보였다.

일각에서는 "휴대폰번호나 계좌번호 등 모든 숫자가 필터링 되면서 택배 운송장 번호도 전송이 안 된다"며 기능 자체의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번개장터 관계자는 한경닷컴에 "현재는 개선 완료된 사항"이라며 "초기 일부 거래 건에 한해 운송장 번호가 발송되지 않은 경우가 있었으나 지금은 정상적으로 운송장 번호 입력과 확인이 가능하다"고 전해왔다.

번개장터 측은 안전결제 의무화 배경과 관련해 "다양한 사기 수법으로부터 고객을 보호하기 위해 위 서비스를 의무화했다"며 안전결제 가능 여부를 일일이 판매자에게 물어보지 않아도 되게끔 거래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해당 제도를 시행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한 업계 관계자는 "수익 모델 강화와 연관이 없다고 보긴 어렵다"며 "업계서도 파격적인 결정으로 보고 있다"며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허경옥 성신여대 생활문화소비자학과 교수는 "여러 중고거래 플랫폼이 경쟁하는 상황에서 특정 앱만 이용에 제약을 두면 이용자가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중고 거래에서 사기 피해가 빈번한 만큼 시장에서 새로운 시도를 한다는 점에서는 시간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소비자에게 여러 선택지가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번 조치로 (번개장터의) 앱 이용자 수가 줄어드는 등의 변화가 있다면, 수수료율을 조정하는 등 상황에 따른 대응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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