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이 2일 모든 유형의 전세대출 금리를 일제히 0.3%포인트 인상했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억제 방침에 따라 지난달에만 총 네 차례에 걸쳐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 금리를 올렸지만, 가계대출 증가세가 꺾이지 않자 재차 금리를 높인 것이다. 신한은행, 우리은행 등 다른 시중은행들도 8월이 되자마자 줄줄이 대출 금리 인상에 나서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금리가 2년 동안 유지되는 고정금리형 전세대출 금리(신용등급 3등급 기준)를 이날 연 3.55~4.95%로 책정했다. 지난 1일(연 3.25~4.65%)과 비교해 하루 만에 0.3%포인트 올렸다. 금리가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에 연동돼 6개월마다 변하는 변동금리형 전세대출도 같은 기간 연 3.84~5.24%에서 연 4.14~5.54%로 0.3%포인트 인상했다.
국내 은행 중에 가계대출 잔액이 가장 큰 국민은행은 지난 7월에 이미 주담대 금리를 3회, 전세대출 금리를 1회 인상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달 3일 전국 17개 은행 부행장을 소집해 "가계대출을 무리하게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사실상 금리 인상을 압박했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은 지난달 29일부터 다주택자에 대한 주택 구매 목적의 주담대 판매를 전면 중단하기도 했다.
다른 은행들도 지난달에 이어 이달에도 연이어 대출 금리를 인상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금리가 5년을 주기로 바뀌는 주기형 주담대 금리를 지난 1일 연 3.26~4.46%에서 이날 연 3.56~4.76%로 0.3%포인트 올렸다. 신한은행은 오는 7일부터 모든 유형의 주담대 금리를 0.3%포인트 인상하고, 전세대출 금리는 유형별로 0.1~0.3%포인트 높이기로 했다.
은행권이 반복적으로 주담대와 전세대출 금리를 올리는 이유는 금리 인상 조치에도 불구하고 가계대출이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전체 은행권의 주담대 잔액은 전월 대비 약 5조5000억원 늘었다. 6월(6조3000억원)보다는 월간 주담대 증가폭이 줄었지만, 지난 4월 이후 4개월 연속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