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에서 명품 매출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비교적 저렴하게 명품을 구매하기 위해 화폐가치가 떨어진 일본으로 향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일(현지 시각)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엔화 가치가 최저가를 기록한 가운데, 관광 붐이 일어나면서 아시아 쇼핑 관광객들이 몰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중국인 관광객은 자국 내에서의 구매를 미루고, 일본에서 과소비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후난성 남부 출신의 장레이(29세)는 명품 구매를 위해 지난달 처음 일본을 방문했다. 도쿄의 쇼핑가 긴자에서 루이비통 쇼핑백 두 개와 오니츠카 타이거 쇼핑백을 든 그는 “가격이 훨씬 저렴하다”며 “다음에 또 일본에 오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신발과 가방을 구입했으며, 시계를 사러 롤렉스 매장에 갈 계획이라고 했다. 로이터통신은 당시 장레이가 방문한 루이비통 매장에는 15명의 고객이 입장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루이비통의 인기 품목인 알마 BB 핸드백은 중국에서 2,050달러(약 281만 원)에 판매되고 있다. 반면 일본에서는 같은 제품이 현재 1,875달러(약 257만 원), 지난달 엔화가 가장 약세였을 때는 1,725달러(약 236만 원) 수준으로 판매됐다.
일본과 중국의 명품 가격이 같아지기 위해서는 엔화가 달러당 136엔까지 강세를 보여야 한다.
명품 구매를 위해 일본을 찾는 쇼핑 관광객들이 늘어나면서 명품 브랜드의 일본 매출 또한 증가했다.
입생로랑의 일본 매출은 올해 상반기 47% 증가했으며, LVMH는 최근 실적 발표에서 중국 여행객들의 구매 증가에 일본 매출이 급성장했다고 발표했다. 까르띠에, 몽블랑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리슈몽 그룹은 중국인과 동남아 관광객의 도움으로 일본에서의 1분기 매출이 약 60% 증가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명품 기업들은 기뻐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다른 국가의 판매가에 비해 달러 가격이 저렴해 수익 감소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장 자크 기오니 LVMH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달 24일 실적 발표에서 “우리는 아시아에서 일본으로 사업을 크게 옮겼다”며 “중국 고객이 자국 내에서의 쇼핑을 미룬 것이 중국 사업에 ‘디플레이션’ 영향을 미쳤고, 수익에 큰 압박을 줬다”고 밝혔다.
프랑스 명품 주류 기업 레미 쿠앵트로 역시 중국의 관광객들이 고급 주류 판매 촉진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말했다. 루카 마로타 레미코인트로 CFO는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일본 관광과 엔화 약세에 힘입어 큰 매출 성장을 이뤘지만, 수익은 낮았다”고 밝혔다.
한편, 일본정부관광국(JNTO)에 따르면 올해 1~6월의 일본을 찾은 해외 관광객 숫자는 1,777만 7,200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역별로는 한국이 1위를 차지한 가운데 중국, 대만이 뒤를 이었다.
김민주 기자 min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