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사태에 분주한 네이버…'빠른정산' 강조
2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 6월 기준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총 20조683억원. 지난해 같은 달보다 7.8%(1조4543억원) 증가한 수치다. 이처럼 시장은 성장세인데 티메프 사태로 그간 가려졌던 정산 주기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플랫폼 입점 판매자들의 관심이 큰 대목이다. 그러자 이 틈을 타 네이버가 발빠르게 움직였다. 티메프 사태로 결제 취소가 되지 않거나 환불을 받지 못한 소비자들 대상으로 지난달 31일 보호 조치에 나섰다. 네이버페이 포인트·머니로 결제된 건은 즉시 환불하고 카드결제의 경우 2~5일 뒤 결제 취소가 이뤄지도록 했다.
네이버는 또 '네이버페이 빠른정산' 서비스로 선지급이 이뤄진 정산대금이 2020년 11월부터 지난달까지 총 40조원에 달한다고 귀띔했다.
빠른정산 서비스는 배송 시작 이튿날, 결제 후 약 3일 만에 대금의 100%를 정산하는 무료 서비스다. 실물 배송 상품을 판매하는 국내 사업자 중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나 주문형 가맹점인 경우 네이버페이 월 거래건수 3개월 연속 20건 이상, 반품률 20% 미만에 해당하면 추가 비용이나 조건 없이 누구나 이용 가능하다.
판매자들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이유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네이버를 통해 판매하고 있는데 네이버는 구매 확정 후 다음 날에 정산된다"는 등의 후기와 호평이 상당수다. 실제로 빠른정산을 이용하는 판매자 가운데 93%는 소상공인이나 영세·중소사업자로,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월간 거래액의 약 46%가 빠른정산을 통해 선지급되고 있다.
네이버 반사이익 예상…플랫폼들, 빠른 정산 안내
물론 다른 이커머스 플랫폼들도 빠른정산과 유사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지만 네이버가 이번 사태로 반사이익을 누릴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은 데다 티메프 이탈 수요를 얼마나 확보할지 관심이 쏠린다. 임희석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이번 사태의 가장 큰 수혜는 네이버가 볼 것"이라며 "(큐텐 산하 티몬·위메프·인터파크의) 연 7조원 수준의 총거래액(GMV)은 경쟁 오픈마켓들로 유입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네이버로 2조5000억원 이상의 GMV 유입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큐텐 그룹이 갖고 있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 내 점유율은 3% 수준으로 추정되며 네이버가 1%포인트 수준의 시장 점유율을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네이버뿐 아니라 11번가는 판매자들에게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발송 완료 다음 날 정산 예정금액 100%를 지급한다고 공지했다. '가입기간 3개월 이상'과 같은 조건을 충족한 판매자라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쿠팡, G마켓, 알리익스프레스 등도 빠른 정산을 보장하는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명품·패션 브랜드를 판매하는 다수 플랫폼도 티메프 사태 이후 빠른 정산을 안내하거나 정산 주기를 일시적으로 앞당기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빠른 정산 안착, 선정산 대출 부담↓
빠른 정산이 안착되면 중소 판매자들의 부담도 덜어낼 수 있다. 플랫폼 정산 주기는 판매자 자금 흐름을 좌우하는 요인 중 하나다. 중소 판매자들의 경우 주문이 들어올 때 매입한 다음 위탁판매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운영한다. 재고를 대량 확보해 놓거나 매입하는 데 한계가 있어서다. 때문에 물건을 판매했더라도 정산 주기가 늦어지면 당장 현금이 부족해져 유동성 때문에 '흑자 도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
판매자들은 이에 이커머스 플랫폼과 은행이 연계한 선정산 대출을 이용하기도 한다. 선정산 대출 평균 금리는 연 6%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네이버는 "판매자들이 (빠른정산 서비스로) 받은 대금을 선정산 대출 이자로 환산하면 약 1800억원 수준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판매자들이 빠른 정산을 이용하지 못해 선정산 대출을 이용했다면 이 액수만큼 부담을 떠안아야 했다는 얘기다.
판매자뿐 아니라 소비자들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이커머스 플랫폼의 정산 주기에 관심 갖는 분위기다. 정산 주기 문제가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판매자만의 이슈인 것 같았던 정산 주기가 플랫폼의 안전한 정책과 관리감독, 자율적 책임이 없다면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소비자들도 인지하는 것 같다”며 “판매자와 소비자 모두 안전한 환경에서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몰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