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하를 두고 유럽중앙은행(ECB)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둔화하며 미국도 오는 9월 금리 인하로 통화정책 방향을 틀 조짐인데,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 물가는 잡히지 않아서다.
31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통계 기구인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7월 유로존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 올랐다. 지난 6월(2.5%)보다 상승폭이 확대된 데다 시장 전망치(2.4%)도 웃돌았다. 서비스 물가가 상대적으로 오름폭이 컸고, 컨테이너 운송 비용이 늘어나며 상품 물가도 올랐다.
소비자물가가 예상보다 빠르게 올라 ECB가 추가 금리 인하를 결정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ECB는 금리 인상을 시작한 2022년 7월 후 1년11개월 만인 올 6월 금리 인하로 통화정책 방향을 바꿨다. 6월 금리를 연 4.25%로 0.25%포인트 낮췄지만 7월엔 동결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금리를 유지하며 “9월 추가 인하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고, 데이터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로존 국가 간 경제 회복 속도 차이가 커지며 ECB 통화정책 운신의 폭이 좁아지고 있다. 유로존 주요국인 독일은 경제가 지지부진하지만, 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등 남유럽 국가는 빠른 회복세를 띠고 있다.
한편 영국 중앙은행(BOE)은 1일 통화정책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연 5.25%에서 5.0%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기준금리 인하는 2020년 3월 이후 처음이다. 지난 5~6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목표치인 2.0%에 도달한 것이 결정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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