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지수증권(ETN) 시장의 쏠림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월 거래대금이 1억원에도 못 미치는 상품이 수두룩한 가운데 고위험·고수익을 추구하는 일부 코스닥지수 ETN에만 평균치의 100배에 가까운 거래대금이 몰리는 모습이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상장 ETN 385개 중 거래대금 1억원 미만 상품은 166개(43.1%)로 나타났다. 이 같은 소외 ETN들은 지난 4월 147개(40.1%)까지 줄었다가 최근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비교적 안정적인 투자 상품으로 분류되는 공사채·은행채·국채 등 채권 관련 ETN, 미국 S&P500과 영국 FTSE100지수 관련 ETN 등의 거래가 저조했다.
원자재와 코스닥150지수 기반의 인버스·레버리지 상품에는 투자자가 몰렸다. ‘삼성 인버스 2X 코스닥150 선물’ ETN은 지난달 거래대금이 4829억원을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다. 월평균 거래대금(50억원)의 96배다. ETF 시장엔 없는 대표적 상품으로, 코스닥150 선물지수를 역으로 두 배 추종한다.
ETN은 일견 상장지수펀드(ETF)와 구조가 비슷하지만, ETF가 다루지 못하는 실물자산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품이 많다. 다만 변동성이 큰 소수 ETN에 거래가 쏠리는 문제점이 지적돼왔다. 한 대형 증권회사 ETN 개발 담당자는 “ETN을 고위험·고수익 상품으로만 인식하는 투자자가 많아져 내부에서도 고민이 크다”며 “퇴직연금 편입 허용 등은 제도를 바꿔야 해 당분간 이 같은 현상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민경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규제로 ETF가 다루지 못하는 다양한 실물자산 기반 상품을 적극 개발하는 것이 현실적 해결책”이라고 지적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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