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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처리까지 자동화한 현장진단 기기 개발…가정용 진단 시대 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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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바이오기업이 대형 진단검사 장비를 소형화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검체 전처리 기술을 개발했다. 글로벌 선두 기업들이 보유한 특허 영향을 받지 않고 정확도 높은 검사 결과를 낼 수 있어 보급형 현장진단기기(POCT) 시장을 여는 데 도움될 것으로 내다봤다.

마상배 에이아이바이오틱스 대표는 31일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는 POCT '루킨'을 개발했다"며 "올해 안에 성능 검증을 마무리하고 내년 임상평가를 마친 뒤 2026년께 출시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는 "장기적으로 커피머신처럼 모든 집에 진단기기를 갖춘 '가정용 진단 시대'를 여는 게 목표"라고 했다.

한양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마 대표는 1993년부터 10여년 간 삼성전자 반도체공정 엔지니어로 근무하다가 바이오장비 분야에 발을 들였다.

국내 많은 진단 스타트업이 특정한 바이오마커를 활용한 시약 개발에 집중하고 있지만 그는 처음부터 장비 개발에 초점을 맞췄다. 삼성전자 반도체가 세계 1위로 도약하던 황금기를 겪으면서 국산 장비를 개발해 하드웨어 플랫폼을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017년 창업 후 루킨의 초기 버전을 완성한 게 2020년께다. 이후 장비를 소형화하고 오류를 줄이기 위한 업그레이드 작업을 거치고 있다.

감염병 등을 파악하는 데 쓰이는 분자진단(PCR)을 위해선 병원 등에서 환자 검체를 채취해 실험실로 보낸 뒤 후속 작업이 필요하다. 유전물질을 추출하고 시약에 처리해 PCR 장비로 온도를 올렸다 낮췄다 반복하면서 유전물질을 증폭시키는 단계를 거친다.

마 대표는 기술개발 단계부터 하나의 장비로 검체 전처리부터 결과 도출까지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POCT는 어느 의료기관에서든 쉽게 쓸 수 있어야 하는데 전처리 과정을 소화하지 못하면 '반쪽 장비'에 불과해서다. 전처리 단계 기술력이 떨어지는 POCT를 도입하면 기계가 소화할 수 있도록 검체를 사전 처리해 넣어주는 별도 인력이 필요하다. 현장진단의 의미가 퇴색되는 것이다.

핵심은 미세유체다. 다나허가 2016년 45억달러에 인수한 세피드, 로슈가 2021년 18억달러에 인수한 젠마크 등 글로벌 POCT 선두 주자들이 자체 전처리 기술을 개발해 특허권을 확보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마 대표는 "기존에 상용화된 시린지, 롤러, 피스톤 방식과 완전히 다른 회전형으로 특허를 확보했다"며 "연구실에서 하는 모든 기능을 하나의 카트리지에 담아 온도 조건과 시약만 바꾸면 활용도가 넓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했다.

의학분야 자문은 그의 형인 마상혁 공동대표를 통해 얻고 있다. 창원파티마병원 소아과장인 마상혁 공동대표는 국내 소아감염병 분야 전문가다.

루킨에 대변 검체를 넣어 결핵을 진단하는 제품부터 상용화하는 게 목표다. 기존 POCT는 가래샘플로 결핵 여부를 확인한다. 어린이나 고령층 등 인구 30%는 가래를 뱉지 못해 POCT 검사가 불가능하다.

김명옥 경상대 교수가 보유한 바이오마커를 활용해 치매 조기진단 제품도 개발하고 있다. 백일해 진단 프로젝트로 추진하고 있다. 미생물 검사 수요가 커지는 식품 회사에 환경 모니터용 제품으로도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마 대표는 내다봤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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