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BOJ)이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원·엔 환율이 큰 폭으로 상승(원화 가치는 하락)했다. 엔화 강세로 인해 달러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원·달러 환율은 한달 반만에 최저 수준까지 내렸다. BOJ의 금리 인상이 계속되면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흐름과 맞물려 외화 유출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3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오후 3시30분 종가)은 전날보다 8원80전 오른 1376원50전을 기록했다. 지난달 13일 1373원90전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하락했다. 이를 반영한 원·엔 재정환율은 같은 시간 100엔당 900원88전을 나타냈다. 전날 894원23전에서 6원65전 뛰었다.
이같은 환율 흐름이 나타난 것은 BOJ의 금리 인상 결정 후 엔화가 강세를 나타낸 영향이다. 엔·달러 환율이 하락하면서 달러화 가치가 약세를 나타내자 원·달러 환율이 동반 하락했다. 달러화 대비 원화와 엔화가 모두 강세를 나타낸 것이지만 엔화의 강세가 원화 강세보다 커 원·엔 환율은 올랐다.
관건은 BOJ의 금리인상 기조가 계속 이어질 것인지다. 일본의 기준금리 인상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은이 금리를 내리면 양국의 금리 격차가 크게 좁혀지게 된다. 이 경우 한국의 투자 매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면서 외국인 투자자금이 한국에서 일본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전문가들은 당분간 급격한 엔화 강세는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상현 iM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은 "BOJ가 조기 금리인상을 단행했지만 당분간 상당규모의 유동성 공급 정책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며 "외환시장에서 우려했던 엔화의 급격한 강세 흐름이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엔화 추가 강세로 인한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리스크도 완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엔화가 이전과 같은 약세로 되돌려질 가능성도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 이상원 국제금융센터 부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미일 금리차가 다시 확대될 가능성이 낮은 점을 고려하면 엔화 가치가 큰 폭의 약세를 나타내긴 어려울 것"이라며 "달러당 150~154엔 수준에 머물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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