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가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대표적 서민 음식으로 꼽히는 맥도날드도 타격을 받고 있다. 인플레이션으로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소비 부진이 이어진 데다, 고물가 장기화 속 고용까지 불투명해지며 서민층 소득이 줄자 이들도 맥도날드 소비가 줄어드는 상황에 부딪쳤다.
맥도날드 2분기 판매량 '뚝'…"팬데믹 이후 처음"
29일(현지시간) 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맥도날드 2분기 판매량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처음 감소했다. 맥도날드는 실적 발표에서 올해 4∼6월 글로벌 동일 매장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 줄어든 64억90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맥도날드 매출이 줄어든 것은 팬데믹 기간이었던 2020년 4분기 이후 3년6개월 만에 처음으로, 이 기간 영업이익은 6% 줄어든 29억2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순이익은 12% 감소한 20억2200만달러로 집계됐다. 주당순이익(EPS) 역시 2.97달러로 시장정보업체 LSEG가 집계한 전망치(3.07달러)를 밑돌았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성장세가 둔화한 게 실적 부진의 주된 원인으로 풀이된다. 맥도날드는 미국과 호주, 캐나다, 독일 등 주요 시장에서 방문객 수 감소가 두드러졌다. 해외 시장의 직접 운영 매장이나 로열티 수취 매장 모두 2분기 판매가 지난해보다 쪼그라들었다.
가격 오르니 서민도 '기피'…실적 회복 어려울 전망
특히 미국에서는 최근 1년간 맥도날드를 비롯한 패스트푸드 체인들이 원부자재 가격 및 인건비 상승을 이유로 메뉴 가격을 인상했다. 이들 업체가 잇따라 가격을 올리자 저렴한 한 끼 식사를 찾던 저소득층 소비자들이 비싸진 패스트푸드 체인으로부터 등을 돌렸다.맥도날드 측은 “미국 내 매장의 경우 전략적인 메뉴 가격 인상으로 평균 결제액이 증가했음에도 방문 고객 수가 줄어 동일 매장 판매가 전년 대비 0.7% 줄었다”고 설명했다.
이렇다 보니 맥도날드는 최근 들어 각종 할인 이벤트로 손님들의 발길을 되돌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다. 지난달 말 5달러(약 6900원) 세트 메뉴를 한 달 한시 기획상품으로 내놨고, 최근 이벤트 기간을 연장했다. 이날 실적 발표에서는 미국 내 90%에 달하는 매장에서 할인 행사를 연장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맥도날드 고객층 가운데 저소득층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아 고객 감소 흐름은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조셉 얼링거 맥도날드 미국 부문 최고경영자(CEO)는 “5달러 메뉴로 인한 집객 효과가 예상보다 컸다”고 밝히면서도 매출 만회 가능성에 대해선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