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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치 곤란' 핵폐기물 한국형 솔루션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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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원자력학회가 정치·사회적으로 큰 난제인 사용후 핵연료(원전 내 폐연료봉) 처분 방안을 처음으로 제시했다. 캐스크(사용후 핵연료 저장용 원통형 용기)를 구리와 주철로 만들어 지하 깊은 곳에 파묻되, 캐스크와 암반 사이를 벤토나이트 완충재로 채워야 한다는 제안이다.

정범진 한국원자력학회장은 29일 세종시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런 내용을 담은 ‘한국형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 솔루션’을 발표했다. 정 학회장은 “한국형 솔루션은 사용후 핵연료를 구리와 주철로 만든 이중 캐스크에 담아 지하 500m 깊이의 화강암반에 설치한 시설에 두는 것”이라고 밝혔다.

특수용기에 담아 지하에 처분한다는 개념은 스웨덴 핀란드 방식과 비슷하지만 한국형 솔루션은 캐스크 용기의 두께를 차별화했다. 스웨덴과 핀란드는 5㎝짜리 캐스크를 만들어 내부에 사용후 핵연료를 넣는다. 문제는 캐스크 제작 비용이 천문학적이라는 데 있다. 정 학회장은 “캐스크를 5㎝로 두껍게 만든 이유는 땅속에 묻었을 때 부식될까 봐 그런 것”이라며 “다른 방법을 쓰면 구리 두께가 0.5㎝라도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학회는 3차원(3D) 프린팅으로 캐스크 내부 주철을 만들고, 외부에 1㎝ 구리 코팅을 하는 것을 제안했다. 강도는 내부 주철이 유지하고, 외부에 코팅된 구리가 부식을 방지하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캐스크에 담을 사용후 핵연료 다발 수에서도 차별화했다. 정 학회장은 “과거 캐스크 한 개에 핵연료 네 다발을 넣었는데 우리 기술로는 일곱 다발을 넣어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학회는 동일 물량을 처분한다고 가정했을 때 유럽보다 처분장 면적은 70% 이상 줄이고 경제성은 30% 이상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처분용기와 암반 사이 완충재를 130도까지 견디는 벤토나이트로 채우면 처분장 부피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정 학회장은 “처분장 심층조사 기술을 2029년까지 확보하고, 설계 및 안전성 평가를 거쳐 2040년까지 실증을 끝내고 처분장 운영에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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