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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걸려 새 품종 개발…오리온 '씨감자 영토'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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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걸려 새 품종 개발…오리온 '씨감자 영토'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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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강원 평창군 진부면 오리온 ‘감자 연구소’ 내 비닐하우스. 어른 허리 높이의 수십 개 모본(종자 나무)에 방울토마토처럼 생긴 직경 1.5~2.5㎝ 열매가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5월 인공교배로 생산한 감자 열매다. 열매를 둘로 쪼개자 진정 감자 종자(TPS)로 불리는 깨알만 한 크기의 감자 씨가 빼곡히 박혀 있었다. 이 씨앗은 바짝 말려진 뒤 내년 5월께 육묘용 포트에 하나씩 옮겨 심어진다. 그 후 수확, 우량 계통 선발, 재(再)파종, 증식, 생산력 및 산지 적응 시험 등 약 10년간의 육종 과정을 거쳐 새 감자 품종으로 탄생한다. 황순원 오리온 종서개발파트장은 “통상 50만 개 TPS를 파종하면 한두 개 신품종 후보를 얻을 수 있다”고 했다. TPS 한 알이 새 감자 품종으로 재탄생할 확률은 0.0002%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감자칩 스낵인 ‘포카칩’과 ‘스윙칩’을 만드는 오리온은 포카칩을 출시한 1988년 평창에 국내 최초로 감자 연구소를 설립했다. 당시 스낵의 세계적 트렌드는 감자였다. 하지만 수분과 고온 가공 시 갈변 현상을 일으키는 환원당 함량이 높은 국산 감자로는 스낵 제조가 어려웠다. 스낵용 감자는 전부 미국, 호주 수입에 의존했다. 오리온은 스낵용 국산 씨감자 개발이 절실하다고 판단해 감자 연구소를 세웠다. 전 세계 식품 기업 중 감자 품종까지 자체 개발하는 업체는 오리온을 비롯해 감자칩 ‘레이즈’로 유명한 미국 펩시코, 일본의 대표 스낵 기업 가루비 등 세 곳뿐이다.

감자 연구소는 10년 넘는 실험과 연구 끝에 2000년 ‘두백’이라는 스낵용 종자 개발에 성공했다. 두백은 1982년 미국에서 들여온 스낵용 품종인 ‘대서’보다 저장성이 뛰어나고 열개서(쪼개짐) 같은 생리 장애가 나타날 위험이 작다. 감자는 대개 봄과 여름에 재배하는데 국산 여름 감자의 약 90%는 두백 품종이다.

감자 연구소는 82만㎡ 규모의 밭에서 신품종 후보를 육종하고 있다. 최근에는 새 감자 품종인 ‘진서’와 ‘정감’을 연달아 개발해 상품화에 착수했다.

오리온이 신품종 개발에 열을 올리는 것은 이상기후와 토질 변화 때문이다. 이상고온 등의 영향으로 국내 감자 생산량은 2019년 69만t에서 2022년 48만t으로 급감했다. 해충, 이상기후에 강하면서 맛과 영양이 향상된 품종을 지속적으로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토종 품종 개발에는 10년이 소요되지만 외국에서 개발한 신품종을 들여와 상품화하는 데는 5년이 채 걸리지 않는다. 그만큼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황 파트장은 “생산력이 좋은 감자를 만드는 것뿐 아니라 식량 주권을 강화하기 위해서도 종자 개발은 필수적”이라고 했다. 두백, 진서 품종 씨감자는 베트남에 수출하고 있다. 올해 수출량은 두백이 620t, 진서는 250t이다.

감자 수확기는 5~11월이다. 포카칩과 스윙칩은 지난달부터 11월까지 감자 특산지로 유명한 전남 보성·해남, 충남 당진·예산, 강원 양구 등에서 수확한 국내산 감자를 원료로 사용한다. 포카칩, 스윙칩 생산에 들어가는 국내산 감자는 연간 약 1만5000t. 겨울부터 이듬해 봄까지는 수입산 감자로 감자칩을 만든다. 황 파트장은 “햇감자로 만든 포카칩이 수입 감자로 만든 것보다 훨씬 맛있다”고 했다.

평창=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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