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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공급망 실사법’ 발효…국내 기업 ‘발등의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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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ESG] ESG NOW



유럽연합(EU)의 ESG 규제 문턱이 높아지고 있다. 7월 25일에 발효된 기업의 지속가능한 공급망 실사지침(CSDDD)을 비롯해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넷제로 산업법, 메탄 배출 제한 가스 수입법, 에코 디자인 규정, 자연 복원법 등이 입법 문턱을 넘어섰다.

최근 기업의 이목을 끄는 분야는 EU의 CSDDD다. 이 법안은 향후 3년간 계도 기간을 거쳐 2027년부터 실질적으로 적용될 전망이며, 국내 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발효된 공급망 실사지침 법안 내용은

EU의 CSDDD는 일정 규모 이상 EU 역내 기업에 대해 자신과 관계된 기업의 인권과 환경보호 의무를 부과한 법이다. 이 법이 시행되면 EU 역내에서 활동하는 기업의 경우 거래하는 공급망 내 기업의 인권과 환경 관련 리스크를 평가해야 한다.

이른바 기업들이 자사 공급망 내 실사를 통해 환경과 인권 관련 정보를 공시하도록 공동 책임을 의무화하는 법안이다.

CSDDD는 EU 차원의 가이드라인 규정으로서 EU 회원국이 CSDDD 공식 발효 후인 2년 내 국내법을 제정해야 한다. 이러한 지침에 따르면, 각국의 법은 기업 규모에 따라 지침을 발표하고 3~5년 뒤부터 단계적으로 적용된다. 이르면 2027~2029년부터 실질적으로 발효될 예정이다.

CSDDD는 EU 집행위원회에서 지난 2022년 2월 최초 발의됐으며, 이사회와 의회 수정을 거쳐 지난해 12월 잠정 합의에 도달했다. 법안의 적용 대상은 EU 역내 기업이 직원 수 1000명과 전 세계 순매출액 4억5000만 유로를 초과할 경우, EU 역외 기업은 직원 수 기준 없이 EU 역내 순매출액 4억5000만 유로를 초과하는 기업이 의무 대상에 해당된다.

CSDDD 적용 대상 기업은 공급망 내에서 직접적이거나 간접적인 계약 관계에 있는 협력업체, 하청업체 등을 포함해 모든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 기업은 실질적이거나 잠재적 영향을 파악해 이를 해결하거나 최소화하고, 예방 의무도 부여된다. 또 피해가 일어날 경우 피해보상 등 고충 처리 절차도 마련해야 하는 등 절차가 복잡하다.

CSDDD를 위반한 기업의 경우 글로벌 순매출액 기준으로 5% 이상에 해당하는 금액을 최대 한도로 설정해 과징금을 부과한다. 또 환경과 인권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해당 협력업체나 하청업체 등 거래처에는 거래 중단 등 비금전적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만약 기업의 고의나 과실로 피해가 발생하면 민사책임을 지고, 피해자가 기업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EU의 CSDDD에 대해 주목하는 이유는 적용 범위가 넓고 위반 시 제재가 크기 때문”이라며 “회원국은 위반 기업에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금전적 제재가 포함된다”고 말했다.



CSDDD 시행 앞두고 국내 기업 행보는

기업 입장에서는 향후 3년 내 공급망 전반에 걸친 실사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등 사업과 관계된 ESG의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의무 대상 기업이 공급망 내 기업에 대해 적절한 실사를 하지 않을 경우 연간 매출액의 5% 이상을 과징금으로 부과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준섭 KB증권 ESG팀장은 “이러한 법 체계로 인해 ESG와 관련 성과가 높은 기업은 제품의 가격이나 품질 외에도 ESG 측면 성과를 차별화 수단으로 이용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러한 규제 환경의 변화는 ESG 관련 주주 관여 활동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급망 실사가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투자자들이 기업에 공급망 실사 준수 계획과 진행 상황을 공개하도록 요구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동시에 인권 및 환경 리스크가 높은 섹터나 기업에 대한 집중적 관여 활동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CSDDD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ESG 평가 결과를 담은 표준계약서를 마련하고, 계열사별 계약서도 통합하는 방향으로 진행했다. 실제 현대차그룹이 표준계약서를 완성하면 ESG 경영 수준이 해당 기준에 미달하는 1차 협력업체는 내년부터 재계약할 수 없게 된다.

오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이 CSDDD를 위반하면 과징금이 최대 8조 원에 달할 수 있다”며 “실제 지난달 미국 앨러배마주에서 발생한 현대차 협력업체의 아동노동 문제와 관련된 소송을 공식 제기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기준 국내 전체 수출 가운데 EU는 10.8%의 비중을 차지한다. 현재 유럽을 대상으로 한 수출 기업은 1만8000개에 달하며, 이는 전체 수출 기업의 19%에 해당한다.

유럽 내 국내 현지 기업은 직원이 1000명을 넘고 전 세계 순매출액 4억5000만 유로를 초과하거나 국내 수출 기업 중 EU 역내 순매출액 4억5000만 유로를 초과해 직접적 영향권에 속하는 기업들이 다수 있다. 이와 함께 직접 영향을 받는 국내 기업의 관련 회사나 CSDDD를 적용받는 해외 기업의 공급망에 속하는 관련 회사들이 간접적 영향권에 든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경 기자 esit91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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