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생산할 ‘용인 클러스터’의 첫 번째 팹(반도체 생산시설) 건설에 9조4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첫 번째 공장을 2027년 5월 완공하고, 나머지 3개 팹도 순차적으로 건설해 용인을 인공지능(AI) 반도체 거점으로 성장시킨다는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26일 이사회 결의를 통해 1기 팹을 내년 3월 착공하기로 했다. 투자액에는 부대시설, 업무지원동, 복지시설 등 클러스터 초기 운영에 필요한 각종 건설 비용이 포함됐다. 투자 기간은 설계 기간과 2028년 하반기 준공할 예정인 업무지원동 등을 고려해 2024년 8월부터 2028년 말까지로 산정했다.
SK하이닉스는 경기 용인 원삼면 일대 415만㎡ 규모 부지에 용인 클러스터를 조성하기 위해 현재 부지 정지(整地) 및 인프라 구축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곳에 차세대 반도체를 생산할 최첨단 팹 4개를 짓고, 국내외 50여 개 소재, 부품, 장비 기업과 함께 반도체 협력단지를 구축하기로 했다.
회사는 용인의 첫 번째 팹에서 AI 가속기용 메모리 반도체인 HBM을 비롯한 차세대 D램을 생산할 예정이다. 첫 번째 팹 건설 이후 나머지 3개 팹도 순차적으로 완성되면 용인 클러스터는 ‘글로벌 AI 반도체 생산 거점’으로 도약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전날 2분기 콘퍼런스콜에서 고객 수요와 수익성을 치밀하게 분석해 영업현금흐름 범위 내에서 투자 계획을 수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방침에 따라 SK하이닉스는 완공 시점과 시장 수요에 맞춰 다른 제품 생산에도 1기 팹을 활용할 수 있도록 준비하기로 했다.
SK하이닉스는 국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중소기업들의 기술 개발과 실증, 평가를 돕기 위한 ‘미니팹’을 1기 팹 내부에 구축할 계획이다. 회사는 미니팹을 통해 실제 생산 현장과 비슷한 환경을 소부장 협력사들에 제공해 이들이 자체 기술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하기로 했다.
김영식 SK하이닉스 제조기술담당 부사장은 “용인 클러스터는 SK하이닉스의 중장기 성장 기반이자 협력사들과 함께 만들어 가는 혁신과 상생의 장이 될 것”이라며 “대규모 산단 구축을 성공적으로 완수해 대한민국 반도체 생태계를 넓히고 국가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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