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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지갑 닫자 침울해진 명품업계…에르메스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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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명품은 불황에도 잘 팔린다’는 속설이 무색해질 만큼 중국발(發) 소비 침체로 명품업계에 그늘이 드리웠다. 팬데믹 기간 넘쳐나는 유동성에 힘입어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명품 업체들은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자 올 상반기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그 가운데 대중성보다 희소성에 집중한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선방한 실적을 발표해 명품업계가 다시 ‘초부유층’에 집중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명품업체 실적 쇼크

최근 한 달간 이어진 글로벌 명품 업체들의 상반기 실적 발표에서 중국 시장의 부진이 두드러졌다. ‘큰손’ 중국 소비자가 경기 침체로 사치재 소비를 줄였기 때문이다.

루이비통, 디올, 티파니앤코 등 70개 넘는 럭셔리 브랜드를 보유한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는 올해 2분기 전년 동기 대비 매출 증가율이 1%대에 머물렀다.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에서는 매출이 14% 감소했다. 구찌, 생로랑 등의 모회사 케링그룹은 상반기에 아시아·태평양(-25%), 일본(-27%) 등에서 큰 폭의 매출 감소세를 기록했고, 까르띠에를 보유한 리치몬트그룹은 지난 1분기 중국 홍콩 마카오에서 매출이 27% 급감했다. 영국 럭셔리 브랜드 버버리는 2025회계연도 1분기 매출이 22% 감소했다고 15일 밝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구찌, 버버리의 실적 악화 요인으로 아울렛 입점을 꼽았다. 이 브랜드들은 재고를 할인해 파는 아울렛 판매 비중이 경쟁사 대비 높다. 아울렛에서 발견되는 브랜드는 명품이라는 인식이 옅어져 브랜드 이미지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소득이 줄었음에도 명품을 구입할 때는 할인이 적용되지 않는 브랜드를 선호하는 아이러니가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에르메스만 두 자릿수 매출 증가
프랑스 명품 기업 에르메스는 전 매장을 직영으로 운영하는 등 유통망 통제를 통해 소비 둔화 흐름을 피할 수 있었다. 최근 실적을 발표한 명품 업체 중 중국 소비 둔화 영향이 제한적인 거의 유일한 업체다. 2분기 고정 환율 기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3.3% 증가했고, 중국 소비시장이 포함된 아시아 지역(일본 제외)에서도 같은 기간 매출이 5.5% 늘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에르메스가 부유한 고객에게 집중한 결과 경쟁사와 차이를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팬데믹 기간 적극적인 마케팅과 새로운 엔트리(입문) 제품으로 고객층을 넓히는 데 집중한 경쟁사들과 달리 에르메스는 기존의 좁은 고객층을 겨냥해 이들에게서 꾸준한 수요를 끌어냈기 때문이다. 구매 이력이 있는 사람 위주로 제품을 판매하는 기조가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다.

수천만원에 달하는 에르메스 ‘켈리백’ ‘버킨백’ 등이 포함된 가죽제품 부문은 2분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7.9% 증가했다. 올 들어 큰 폭의 주가 하락을 겪은 경쟁 업체와 달리 에르메스는 6%가량 상승해 주식 시장에서도 선전했다.
○‘스텔스 럭셔리’ 유행할 전망
명품업계는 고소득층마저 지갑을 닫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마주하고 있다. 중국 시장에서는 순자산 3000만달러 이상 인구가 전년 대비 2.4% 줄었고, 미국에서도 연소득 10만달러(약 1억4000만원) 이상 부유층의 재량지출(의류·여행·외식 등) 비중이 작년보다 낮아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럴수록 초부유층을 겨냥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스텔스 럭셔리’(조용한 럭셔리) 유행이 이들의 지갑을 열 기회라고 보고 있다. 희소성에 큰 가치를 두는 소비자들은 로고를 전면에 내세우는 대신 고급스러운 소재 등으로 부(富)를 은근히 드러내는 것을 선호해서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베인은 “중국의 부유층이 경제 긴축 시기에 부를 과시하지 않기 위해 더 절제된 패션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경제/김세민 기자 hank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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