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 갈수록 편해진다. 손가락만 까딱하면 되는 세상, 4차 산업혁명이 선사한 극도의 편리함에 진짜 행복해지고 있는 듯한 느낌도 든다. 그런데 뭔가 불안하다.
4차 산업혁명이 기존 시스템을 파괴하고 세상을 재편하고 있다. 높은 활용도와 편리함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성장의 크기만큼이나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은 플랫폼 서비스는 날이 갈수록 그 부작용을 보여준다. 하나의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이 성공하고 크게 성장하면 독점적 지위를 얻게 되고 강력한 지배력이 생긴다. 그리고 서서히 그림자가 짙어진다. 플랫폼 기업들은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고 ‘역대급’ 실적을 올리는 반면, 자영업자들은 수익을 내지 못하고 높은 중개 이용료와 광고 비용 때문에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배달 플랫폼 사업자와 입점 업체인 자영업자 간 갈등은 날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최근 배달의민족이 중개 수수료율을 6.8%에서 9.8%로 올리기로 하면서 자영업자의 원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어떤 이는 3%포인트 인상에 과민한 반응이 아니냐고 말하기도 한다. 몰라도 한참 모르는 말이다. 자영업자가 부담할 비용은 그뿐만이 아니다. 중개 이용료, 배달비, 결제 정산 수수료, 광고비, 쿠폰 할인 비용, 부가가치세 등을 모두 합하면 음식 매출의 최소 30%에서 50% 이상을 비용으로 지출해야 하는 현실이다.
플랫폼 서비스의 기본은 상생이다. 상생을 전제해야 한다. 미래학자들은 상생의 원리가 21세기 인류를 이끌 지침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노자는 “하나의 존재는 그것과 대립하는 존재를 인정함으로써 존재한다. 유(有)는 무(無)가 있음으로써 존재하고 난(難)은 이(易)에 의해, 장(長)은 단(短)에 의해 존재한다”고 설명한다. 상생은 공존이나 공생보다 더 적극적이고 포괄적인 의미를 가진다. 갈등과 대립을 화합으로 바꾸는 키워드다. 정부는 지난 23일 배달 플랫폼 사업자와 입점 업체인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합리적인 상생 방안을 도출하기 위해 배달 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를 꾸렸다. 합리적인 상생 방안과 실효적인 대책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가득 채울 수 있지만 70%만 채우는 계영배의 미덕과 만석 이상의 재산은 가지지 않고 흉년에는 땅을 사지 말며 사방 백 리 안에 굶어 죽는 이가 없게 하라는 경주 최부자집의 6훈은 차라리 낭만이다. 글로벌 음식 배달 플랫폼 기업들이 계영배와 경주 최부자집의 낭만을 조금이라도 이해했으면 하고 바라는 건 과욕일까? 4차 산업혁명의 그늘에서 고통받는 많은 이들 때문에 갈수록 편해지는 삶 속에서 왠지 모를 불안함이 커져만 간다.
‘그대 편해지고 있는가’란 질문에 다시 답해야 할 것 같다. 불편하다.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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