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시밀러, 의약품 위탁 개발·생산(CDMO), 미용의료 테마 종목들은 실적 기대가 커지며 주가가 오르고 있습니다. 신약 개발 테마에선 연구·개발(R&D) 관련 호재가 이어졌습니다. 최근에는 일본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이 다시 확산하고 있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며 진단키트와 백신 테마도 움직이고 있습니다.
코스닥 시총 상위 11개 종목 중 7개가 헬스케어
헬스케어 종목은 최근 들어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목록도 장악했습니다. 11위까지 중 7개 자리를 헬스케어 종목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반도체 소부장 종목들이 하락하면서 헬스케어 종목들이 상위로 부상한 결과입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6일 KRX헬스케어지수는 3291.58에 마감됐습니다. 이달 들어 13.95% 상승했습니다. 지난 24일에는 3317.39를 기록하며 종가 기준 연고점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앞선 고점은 지난 3월 26일 3304.20입니다. 현재는 다시 전고점 아래로 내려왔지만, 질적으로는 더 나은 모습입니다. 주가 상승이 소수 종목에 쏠린 게 아니라 섹터 전반으로 온기가 퍼져 있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현재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11개 중 헬스케어 종목은 알테오젠(2위), HLB(4위), 삼천당제약(5위), 셀트리온제약(6위), 클래시스(9위), 휴젤(10위), 리가켐바이오(11위) 등 7개입니다. 지난 26일 종가 기준 7개 종목의 합산 시가총액은 42조7033억원으로, 49.01%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KRX헬스케어지수가 전고점을 기록한 지난 3월26일에는 시가총액 상위 11개 종목 중 헬스케어 종목은 HLB(3위), 알테오젠(4위), 셀트리온제약(5위), 삼천당제약(10위) 등 4개뿐이었습니다. 시가총액 비중도 35.28%에 그쳤죠.
다양해진 헬스케어 테마 라인업
단순히 시총 상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확대된 데 더해 구성하고 있는 테마의 라인업이 다변화된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과거엔 신약 개발 테마가 섹터를 이끌었지만, 최근에는 바이오시밀러, 의약품 위탁 개발·생산(CDMO), 미용의료 등 테마가 다양해졌습니다.우선 코스닥 시총 상위권에 휴젤과 클래시스 등 미용의료 관련 종목이 들어왔습니다. 미용의료 관련 종목들은 세계적인 K-뷰티의 인기에 힘입은 성장을 이어온 결과 대형주로 자리매김하게 됐습니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용의료기기 업체들이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해외 매출 성장성”이라며 “다른 제약·바이오 분야에 비해 수출 및 판매 규제가 적고, 소모품이 지속적으로 판매되기에 상대적으로 매출 증가가 쉬운 산업”이라고 설명합니다.
신약 개발 바이오텍들도 호재성 소식을 잇따라 전하고 있습니다. 우선 유한양행이 얀센에 기술이전한 렉라자(레이저티닙)은 다음달 중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시판승인 여부가 결정됩니다. 얀센의 이중항체 항암신약 아미반타맙과의 병용요법으로 출시돼 3세대 표적항암제 계열의 최고 약품(Best in Class)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기대되고 있죠.
알테오젠은 환자 편의성을 높이는 플랫폼 기술을 개발하고 꾸준한 수익을 올리고 있습니다. 정맥주사 제형의 의약품을 피하주사 제형으로 바꾸는 기술이 주목됩니다. 환자가 정맥주사로 약을 투여받기 위해서는 병원에 방문해서 길게는 수시간동안 침대에 누워서 주사를 맞아야 하지만, 피하주사 제형의 의약품은 병원에 방문할 필요 없이 자가주사를 할 수 있습니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리는 의약품인 면역항암제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를 피하주사 제형으로 바꾸는 연구·개발(R&D)에 알테오젠의 플랫폼 기술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피하주사 제형으로 먼저 주목받은 건 셀트리온입니다.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레미케이드(인플릭시맙)의 바이오시밀러 램시마의 피하주사 제형을 개발하면서입니다. 특히 미국에서는 피하주사 제형의 램시마SC(미국 판매명 짐펜트라)를 신약으로 승인받았습니다.
셀트리온의 성공을 보고 바이오시밀러 사업에 뛰어드는 전통 제약사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삼천당제약의 경우 일본 제약사에 황반변성 치료제 아일리아(애플리버셉트) 바이오시밀러를 공급하기로 하는 가계약을 맺었다는 소식을 전하며 주가 랠리가 시작됐습니다. 뒤이어 비만치료제로 쓰이는 경구용 GLP-1 유사체를 공급하기로 하는 가계약 체결 소식이 이어지며 코스닥 시총 10위권에 안착했습니다.
중국산 막으면서 약가 내리겠다는 美정치권…한국 기업엔 호재
최근엔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의 사업 호조에 더해 수혜가 기대되는 이벤트가 발생하면서 관련 종목으로 투자금이 쏠리고 있습니다.가장 큰 이벤트는 미국의 생물보안법입니다. 중국산 의약품의 수입을 막는 게 핵심입니다. 하태기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미국 생물보안법이 올해 상반기에는 국방수권법안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장기적으로 법안화될 가능성이 크다”며 “공장 생산능력을 확장해 글로벌 수주를 지향하는 CMO 기업들이 우호적인 영업환경을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생물보안법 기대감에 세계에서 가장 큰 CMO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7월 들어서만 주가가 25.86% 상승했습니다. 같은 기간 바이넥스의 상승률은 47.47%에 달합니다. 현재 셀트리온이 중국 우시바이오에 맡기고 있는 위탁생산 물량을 가져올 수 있다는 기대감이 부상한 영향입니다.
미국 대선은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 입장에선 ‘꽃놀이패’입니다.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과 민주당 후보 모두 의약품 가격 인하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국내 기업들에는 좀 더 유리하다는 분석입니다. 박재경 하나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약가 인하 정책의 직접적 영향력은 약해질 수 있다”면서도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제네릭과 바이오시밀러의 사용을 촉진하는 과정에서 국내 기업들에 대한 반사이익을 기대해볼 수 있다”고 말합니다.
아울러 일본에서의 코로나19 재확산은 진단키트와 백신 관련 종목들의 주가를 꿈틀거리게 하고 있습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일본 후생노동성은 지난 8~14일에 발생한 코로나19 환자가 5만5072명으로 집계했습니다. 이에 따라 현지 언론들은 일본이 11번째 팬데믹(감염병의 대유행)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합니다.
셀리드는 최근 코로나19 백신에 적용된 아데노바이러스 벡터 플랫폼 기술에 대한 미국·러시아 특허 등록이 결정됐다고 지난 23일 밝힌 뒤 26일까지 4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습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