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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축구 모임 '75클럽'이 불러온 '카카오' 절체절명 위기 [차준호의 썬데이I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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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07월 31일 14:00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의 구속으로 수사에 탄력이 붙은 검찰은 SM엔터 주가조작 과정에서 카카오와 원아시아파트너스간 공모를 입증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있다. 카카오 핵심 경영진과 원아시아파트너스간의 첫 연결고리가 된 것으로 알려진 재계 '75클럽'도 재조명되고 있다. 미국 유학파 출신의 재계 2,3세 모임으로 구성된 축구모임이 카카오의 수장을 전례없는 구속으로 몰아간 '나비효과'를 불러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기축구에서 시작...유학파 재계 2,3세 PEF 인력 주축
31일 재계와 투자업계에 따르면 카카오의 핵심 경영진과 원아시아파트너스가 처음 연결된 고리 중 하나로 재계 사교모임이자 1975년생 재계 2세, 3세 모임인 75클럽이 회자하고 있다. 75클럽은 해외 유수의 대학을 나온 2,3세들과 PEF 인사들이 주축이된 조기축구 모임으로 시작됐다. 원아시아파트너스의 소유주인 지창배 회장과 원아시아가 조성한 펀드에 사실상 단독으로 출자한 고려아연의 오너 3세 A회장을 비롯해 가스관련 중견 기업의 오너 3세 사장, 과거 재계 순위권 그룹에 올랐지만 무리한 확장으로 지금은 사세를 잃은 그룹의 3세인 부회장 등 여러 인사들이 포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아시아의 핵심 운용역이자 카카오의 SM엔터 주가조작 의혹에 당사자 중 하나인 김태영 사장도 75클럽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1977년생인 김 사장은 이전 근무지였던 사모펀드 E사의 대표인 B 대표가 75클럽에서 주축으로 활동하면서 자연스럽게 소속 인사들과 친분을 넓히게 됐다.

이후 김 사장은 특유의 사교력으로 모임 내 재계 인사들과 친분을 쌓아가면서 E사를 퇴사하고 자신이 운용하는 PEF를 차리기로 마음을 먹고 지 회장과 손을 잡았다. 원아시아파트너스가 출범한 배경이다. A 회장을 비롯한 재계 2, 3세들이 신생 운용사에 출자금을 대기로 의기투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A 회장을 제외한 다른 오너가 인사들은 자금을 마련하지 못하면서 사실상 고려아연 계열의 PEF로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업계에선 "B대표가 믿었던 김 사장한테 크게 배신당했다"고 회자됐다.

일각에선 해외 사업 비중이 큰 고려아연의 해외 자금을 원아시아가 싱가포르 등에서 맡아 운용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2021년 원아시아가 처음 대중에 알려진 카카오VX 투자에서 원아시아는 싱가포르계 자산운용사로 소개되기도 했다.
카카오 인맥 업고 카카오 투자해 급성장
김 사장이 자신의 상관이던 B씨를 제치고 오너 2, 3세들의 돈을 굴리게 된 계기 중 하나는 당시 가장 핫한 투자처로 각광받았던 카카오와의 '특수관계'도 영향을 미쳤다. 김 사장은 당시 카카오 내부의 투자와 관련한 핵심 '키맨'이였던 배재현 투자총괄과 친분을 외부에 과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 사장은 배 CIO가 CJ그룹의 미래전략실 부장을 지내던 시기부터 뱅커와 고객으로 만나 친분을 다져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배 CIO가 카카오의 '빅딜팀'의 수장을 맡아 카카오의 수많은 빅딜을 지휘하자 자신에게도 카카오에서 파생될 딜 기회가 쏟아질 것으로 판단했다.

기업공개(IPO) 시장 호황을 등에 업고 카카오의 '무한확장'을 이끌어온 배 CIO 입장에서도 원아시아는 손쉽게 회사 규모를 키울 파트너였다. 원아시아 등으로부터 프리IPO를 통해 기업가치를 키우면 추후 IPO시 몸값을 키우기 용이하기 때문이다. 배 CIO는 글로벌 사모펀드 TPG와 홍콩계 앵커에쿼티파트너스와도 여러 계열사의 투자유치 등 거래를 진행해왔지만 글로벌 차원의 투자심의위원회와 컴플라이언스 등 투자 결정과 관련된 속도가 더뎌 카카오의 확장세를 뒷받침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원아시아의 경우 사실상 단독 출자자인 A 회장과 지창배 회장의 승인만 떨어지면 언제든 딜을 만들어낼 수 있는 펀드였다.

대표적인 사례가 그레이고와 원아시아의 대표 포트폴리오였던 아크미디어간 '주고받기식' 거래였다. 오랜 기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내 골칫거리 계열사였던 그레이고는 2022년 원아시아가 고려아연의 출자로 조성한 가젤제1호유한회사에 경영권이 매각됐고 같은해 돌연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원아시아가 보유하던 아크미디어에 350억원을 투자해 기업가치 1조원을 만들어줬다. 그레이고는 SM엔터 인수전에서도 계열사들로부터 돈을 차입해 SM엔터 주식을 사모으며 카카오 측을 후방지원하기도 했다. 이 때 김 사장은 그레이고의 대표이사를 지냈다.
검찰 다음 타깃은?
수사당국의 원아시아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하면 펀드 출자자로 칼날이 향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원아시아가 고려아연으로부터 출자받은 금액은 2023년말 기준 6044억원에 달했다. SM엔터 지분 인수에 활용된 하바나1호(고려아연 출자금액 1112억원)을 포함해 △코리아그로쓰제1호(900억원), △저스티스제1호(498억원), △텐저린제1호(951억원), △그레이제1호(1104억원), △아비트리지1호(504억원), △바이올릿제1호(774억원), △망고스틴제1호(200억원) 등 고려아연은 원아시아가 조성한 8곳의 펀드에 핵심 출자자로 올라있다.

올 들어 고려아연 내부에서도 무분별한 출자건들이 문제시되며 대다수 펀드들이 조기에 청산하거나 고스란히 손실로 반영됐다. 최 회장 측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영풍 측은 "SM엔터 투자 손실과 하바나 1호의 돌연 청산 과정에서 입은 95억원의 투자 손실(손상차손처리)을 감안하면 총손실 규모는 165억원에 달한다"며 공식적으로 문제제기하기도 했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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