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요즘 조용하네요. 무슨 일 있나요."
이 원장이 '두문불출'이다. 그는 취임한 직후 사나흘에 한 번씩 간담회·백브리핑을 열었다. 소관 업무 반경을 넘는 현안에까지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최근 이 같은 행사가 눈에 띄게 줄었다. 이달 들어서 기자들과 백브리핑을 한 차례도 열지 않았다. 그동안 금융정책 현안을 주도했던 그가 침묵 모드에 들어서면서 밸류업 등 정책 추진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친윤'(친윤석열)계가 최근 이 원장에 대한 비판에 나선 것 등을 고려해 다른 정치적 이유가 있다는 설까지 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이 원장은 지난 3일 열린 증권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 직후 언론에 노출된 대외 행사에 일절 등장하지 않고 있다. 기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간담회인 백브리핑도 지난달 26일 열린 '기업 밸류업을 위한 지배구조 개선 세미나' 이후 한 차례도 열지 않고 있다.
이 원장의 이 같은 '침묵 모드'는 다소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지난달 취임 2주년을 맞아 낸 참고자료를 보면 그는 업계 간담회 134회, 백브리핑 70회를 진행했다. 3~4일에 한 번씩 소통 행보를 한 것이다. 하지만 이 원장이 3주째 침묵을 지키면서 다양한 평가가 나오고 있다. 금감원 안팎에서는 휴가철이 겹친 결과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이 원장은 지난 22~23일 휴가를 냈다.
이 원장의 침묵을 놓고 친윤계의 견제가 배경이라는 이야기도 돌고 있다. 친윤계 핵심인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2일 열린 김병환 금융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이 원장의 '월권 논란'을 지적했다. 그는 김 후보자에게 "윤석열 정부 출범한 뒤부터 '금융당국 수장이 금감원장인가'라는 인식이 들 만큼 각종 제도 정책에 대한 이 원장의 발언이 많았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금융위가 금감원에 대한 장악력(그립감)이 없다"며 "금융위가 금감원의 업무 해태 등에 대해 감독이 부족한 것 같다"고도 했다.
친윤계에서 차지하는 그의 위상을 고려할 때 가볍게 흘려들을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친윤계 핍박을 받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동병상련 처지 같다"는 말도 나온다.
이 원장의 침묵은 금융정책 추진력 약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는 올들어 밸류업 정책에 상당한 관심을 쏟았다. 이와 관련해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배임죄 폐지를 비롯한 소관 업무를 넘는 발언도 이어갔다. "월권이다"는 지적도 많았지만, "정책 동력을 불어넣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그가 입을 다물면서 밸류업 제도가 표류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위원장 교체 시점과 맞물려 정책 주도권이 야당으로 넘어갔다는 평가다.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금투세 유예를 주장하고 있다. 지난 23일에는 민주당 밸류업 토론회를 열기도 했다.
25일 오전 열리는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 회의도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자리에 업무보고차 참석하는 이 원장이 월권 논란의 입을 열지 관심사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