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 지원금이 적은 편이 아닌데도 손님들이 가격을 들으면 너무 비싸다면서 돌아가네요."
갤럭시Z폴드·플립6 공식 출시일인 24일 '휴대폰 성지'(파격적 혜택을 내건 판매점을 뜻하는 은어)로 통하는 서울 구로구 신도림 휴대폰 집단상가 내 판매상 A씨는 이 같이 말했다.
그는 "폴드·플립6에 다른 신형 휴대폰 출시와 비슷한 규모의 할인(불법 지원금)을 해주는데 출고가 자체가 워낙 비싸다 보니 가격만 알아보고 발길을 돌리는 사람이 많았다"고 했다. 이어 "나이가 많은 손님은 큰 화면 때문에 폴드를 찾는 경우가 많은데 그분들은 인공지능(AI) 탑재 같은 기능적인 부분에 큰 메리트(장점)를 못 느끼다 보니 출고가도 훨씬 저렴하고 공시지원금도 많은 예전 폴드 모델을 개통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예상 판매량 밑돌더니…"성지에서도 안팔리네"
이날 개점 시간인 오전 10시30분께 찾은 신도림 휴대폰 상가는 예상보다 한산했다. 한 시간 정도 지켜봤지만 상담을 받는 손님이나 직원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기대에 못 미친 사전 예약 판매가 체감됐다. 갤럭시Z폴드·플립6 사전 예약 기간 국내 판매량은 전작보다 11만대 줄어든 91만대에 그쳤다.앞서 지난 18일 사전 예약 기간 신도림 집단상가는 손님들로 붐볐으나 당시에도 대다수 매장은 갤럭시 신형 폴더블폰을 찾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고 했다.
집단상가 입구 맞은편에서 휴대폰을 판매하는 B씨는 "사전 예약 기간이라서가 아니라 원래 평일 저녁이나 주말엔 이 정도로 붐비는 편"이라며 "폴더블3이나 5시리즈 때는 사전 예약 기간이나 출시일에 맞춰 방문한 손님들이 꽤 있었는데 이번엔 가격이 높다 보니 신형 폴더블폰으로 바꾸려고 매장을 찾은 손님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휴대폰 성지' 불법 지원금 최대 70만원 붙어
업계에 따르면 신도림 휴대폰 집단상가에서는 삼성전자 폴더블폰 최초로 인공지능(AI) 기능이 탑재된 Z폴드·플립6에 최대 70만원의 불법 보조금이 붙었다. 판매상 대부분은 이를 "매장 지원금"이라 표현하면서 Z플립6 '반값 할인'을 내세웠다. 한 판매상은 부가서비스를 추가로 가입하고 현금 결제하면 8만원가량 더 빼주겠다고 제안하기도 했다.예컨대 신도림 휴대폰 상가에서 통신사를 LG유플러스로 선택하고 Z폴드·폴립6(256GB 기준)를 개통했을 경우 각각 기기값에서 매장 지원금 70만원이 빠진 152만9700원, 78만5000원에 구매 가능하다.
Z플립6 기준 선택약정으로 LG유플러스의 10만5000원짜리 요금제를 필수로 가입할 경우 월 통신비를 25%씩(월 2만6250원 감면) 2년간 할인(총 63만원)받는 데 이어 프리미어 요금제 약정 할인 시 들어가는 할인(월 5250원·2년간 12만6000원)을 더하면 총 구매금액은 254만9000원(기기값 78만5000원+2년간 통신비 176만4000원)이 된다. 같은 조건으로 공식 대리점에서 개통할 경우엔 329만9000원을 내야 한다.
최신 휴대폰을 전문으로 판매한다는 매장 직원 C씨는 "매장지원금 규모도 상당하고 대리점보다 싸게 살 수 있는데도 출고가 자체가 워낙 높아서 할인에 할인을 더해도 폴드는 100만원 중반대"라면서 "집단 상가에 방문하는 손님 대부분 파격적 혜택의 소위 '공짜폰'을 기대하며 오기 때문에 다들 비싸다고 혀를 내두른다"고 전했다.
일부 업체는 여기에 기기 반납, 제휴카드 발급 등의 조건을 붙여 보다 낮은 기기값을 제시했다. 요금에서 25% 할인해주는 '선택약정'을 불법 보조금과 합쳐 최대 할인액을 뻥튀기하기도 했다. 실제로 집단 상가 중앙부에서 휴대폰을 판매하는 D씨는 기기값을 플립6는 49만원, 폴드6는 103만원으로 제안하며 카드 발급과 기기 반납, 부가서비스 가입을 유도했다.
'양심 업체'라는 플래카드를 내건 한 판매상은 "보통 24개월 할부 기준으로 하는데 출고가가 높은 모델 중심으로 일부 업체의 경우 48개월로 할부를 설정해 월 납입액을 속이기도 한다"면서 "신형 휴대폰이 출시됐을 때 인터넷에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제시해 소비자를 현혹하는 방식이 많기 때문에 구매할 때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