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조합의 조합원이었던 K씨는 법원으로부터 소장을 받았다. 조합이 해산 및 청산 절차에서 협력업체에 공사대금을 변제하지 않아 협력업체가 조합원에게 손해배상 청구를 한 것이었다. K씨는 조합의 해산 및 청산 절차에서 청산금 등 잔여재산을 분배받은 적이 있다.
협력업체는 과거 조합과 도급계약에 따른 대금 지급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그런데 조합이 총회를 개최해 조합을 해산하고 조합에 남아있던 돈을 종전권리가액비율에 따라 조합원에게 분배하는 결의를 한 것이었다.
협력업체의 주장은 이랬다. 조합원이자 청산인의 지위에 있는 K씨 등은 적어도 협력업체와의 관련 소송이 확정되기 전까지 조합 재산 중 관련 소송 청구 금액 상당액에 대해 조합원 분배를 유예하고, 추후 관련 소송 결과에 따라 이를 처리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조합이 조합원에게 잔여재산을 분배해 버려 관련 소송에 따른 협력업체의 채권 집행을 불가능하게 했으므로 협력업체의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과연 K씨는 협력업체의 손해를 배상해야 하는 것일까. 법원의 판결은 다음과 같았다.
먼저 1심 법원은 K씨의 손을 들어줬다. 잔여재산 분배에 관한 결의에 소송 패소에 따른 손실도 같은 비율로 분배하기로 하는 내용이 없다는 점, 조합의 해산 및 청산 절차의 의결이 조합 해산등기 접수일에 앞서기 때문에 조합의 청산인으로서 업무를 개시할 무렵에는 이미 이 사건 결의에 따라 조합원에게 잔여재산 분배가 끝난 상태였다는 점, 청산인으로서 직무 위반 책임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을 근거로 했다.
그러나 2심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조합 측이 이 사건 잔여재산을 분배한 것은 협력업체의 채권을 해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진행한 것이라고 봤다. 책임재산을 현저하게 감소시킴으로써 협력업체에 대한 불법행위를 구성했다고 본 것이다. 피고도 조합의 잔여재산을 분배하면 조합이 채권을 변제할 수 없게 돼 협력업체의 채권이 침해된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피고가 결의에 참여하고 잔여재산을 분배받음으로써 조합의 행위에 적극 가담했기 때문에 조합과 함께 협력업체에 불법행위를 했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특히 조합 측이 잔여재산을 분배하는 결의 당시 협력업체에 대한 채무 외에는 많은 채무를 부담하고 있지 않았고, 이 사건 채권을 변제하기에 충분한 잔여재산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잔여재산 분배가 없었더라면 협력업체가 조합으로부터 채권을 충분히 회수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피고는 조합에 공사대금 채권 전액에 대해 피고별 지분 비율로 계산한 돈 및 그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2심 판결에 비춰보면 청산 절차를 진행하는 경우 협력업체와의 사이에 진행 중인 소송과 관련한 채권, 채무를 살펴봐야 한다. 그렇지 않고 조합원에게 잔여재산을 분배하면 조합원이 개인재산으로 변제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조합은 조합원에게 청산금 등 잔여재산을 분배하기로 의결할 경우 존재하는 채무 금액을 정확히 파악하고 추후 채무 변제가 불가능하지 않도록 예산을 정해둬야 할 것이다.
고형석 법률사무소 아이콘 대표변호사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