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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몬에 돈 떼일라"…여행사 상품 다 빼고, 유통 셀러들 엑소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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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큐텐그룹의 e커머스 티몬, 위메프의 모바일 앱과 홈페이지 화면에서 주요 여행사의 여행, 항공, 렌터카 상품 상당수가 사라졌다. 정산금을 받지 못한 여행사들이 추가 피해를 우려해 상품을 거둬들였기 때문이다. 특가 이벤트에 참여한 일부 식품·가전업체는 ‘판매 취소’ 공지를 올리고 소비자들에게 문자를 보냈다. 이들은 “티몬에서 상품 판매를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주문한 상품을 일괄 취소 처리할 예정”이라고 했다.
“경영진의 소극적 대처로 우려 키워”
판매자(셀러)가 ‘줄이탈’하는 것은 정산금이 제때 들어오지 않아서다. 판매금 정산 지연은 지난 8일 위메프에서 시작됐다. 일부 판매자가 돈을 받지 못했다며 상품기획자(MD)들에게 항의하자 회사 측은 이들에게 ‘가이드라인’을 배포했다. 정산 지연은 전산 시스템 오류 탓이며, 6만여 곳의 셀러 중 500곳에만 해당한다는 내용이었다. 시스템 점검을 마치면 이달 말까지 순차적으로 대금이 지급될 것이라고도 했다. 17일엔 정산 지연으로 피해를 본 판매자에게 연 10% 이율로 지연 이자를 제공하겠다는 보상안도 내놨다.

하지만 사태는 진정되지 않았다. 오히려 관계사인 티몬으로 확산했다. 22일 티몬 측은 대금 지연 사실을 인정하고 판매자들에게 알렸다. 이들의 불안감은 극에 달했다. 판매자를 유치한 티몬과 위메프의 MD들에게 항의가 빗발쳤다. MD들은 회사 측에 추가 대응을 요구했으나 반응이 없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MD는 “경영진이 소극적으로 대응해 우려를 더 키웠다”고 했다. 티몬은 이날 부랴부랴 “새로운 정산 시스템 도입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정산 대금을 티몬, 위메프가 아니라 제3의 금융회사와 연계해 거치하고 빠르게 정산을 지원하겠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새 정산 시스템 도입은 다음달에나 이뤄질 예정이다.
고객센터 먹통·환불 지연도
사태가 확산하자 해외에 체류하던 구영배 큐텐 대표는 국내로 들어와 두 회사 경영진과 사태 수습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티몬, 위메프 직원 대다수에게 재택근무를 지시했다. 이날 서울 강남구 신사동 티몬 본사에는 소수 직원만 나와 근무하고 있었다. 일부 소비자는 고객센터 연결이 어려워지자 회사를 찾아와 항의하기도 했다. 한 소비자는 “네 명이 9월에 떠나는 해외여행 상품을 구매했는데, 취소가 이뤄지지 않아 고객센터에 전화했더니 받지 않아서 반차를 내고 나왔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판매자뿐 아니라 다른 협력사도 티몬, 위메프와 협력 관계를 끊고 있다. NHN의 간편결제 서비스인 페이코는 이날부터 티몬캐시 환전을 중단했다. 롯데쇼핑 현대홈쇼핑 GS리테일 등 유통 대기업도 최근 티몬과 위메프에서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금융당국은 모니터링에 들어갔다. 금융감독원은 위메프, 티몬의 미정산·유동성 상황을 점검 중이다.
위시 인수로 자금난 겪는 듯
판매자들은 대규모 정산 취소 사태를 우려하고 있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티몬과 위메프의 지난달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869만 명에 이른다. 국내에서 이용자가 두 번째로 많은 알리익스프레스(약 836만 명)를 뛰어넘는다. 지난달 두 회사의 결제 추정액은 1조1480억원이다. 통상 정산이 판매일로부터 45일 정도 걸리는 것을 고려하면 최악의 경우 1조원 이상의 자금이 묶일 수 있다는 의미다.

모기업 큐텐에서는 정산 지연이 1년여 전부터 시작된 것으로 전해졌다. 큐텐은 해외 직구몰로 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아에서 주로 사업하는데, 이곳에 입점한 업체 상당수가 대금 지연을 겪었다.

유통업계에서는 큐텐이 지난 2월 미국 온라인 쇼핑몰 위시를 인수하기 위해 상당한 금액의 판매 대금을 활용했는데, 이때부터 유동성에 적신호가 들어왔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 유통사 관계자는 “구 대표가 중요 의사결정을 대부분 하는데도 티몬, 위메프의 등기이사나 대표이사를 맡고 있지 않다”며 “구 대표가 직접 나서야 조금이라도 사태가 진정될 것”이라고 했다.

안재광/이선아/라현진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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