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7월 22일 15:21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코스닥시장과 달리 유가증권시장 기업공개(IPO) 수요예측에선 상장 후 일정 기간 주식을 팔지 않겠단 의무 보호예수를 약속하는 기관투자가가 많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닥 시장 IPO엔 기관 10곳 중 1곳도 보호예수를 걸지 않으며 단타 매매만 노리는 현상과 대비된다.
2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올해 유가증권시장 IPO 기업(리츠 및 스팩 제외)의 수요예측 의무 보호 확약 비율은 평균 39.5%(수량 기준)로 집계됐다. 2021년 33.0%, 2022년 24.8%, 2023년 12.8% 등으로 낮아지다가 올해 다시 높아졌다.
의무 보호 확약 비율은 수요예측에 참여하는 기관투자가가 상장 이후 일정 기간 공모주를 팔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비중이다. 비율이 낮을수록 상장 직후 곧장 주식을 매도하려는 기관투자가가 많다는 의미다.
반면 코스닥 IPO 기업의 확약 비율은 평균 8.4%에 그쳤다. 2021년 14.0%에서 2022년 11.0%, 2023년 10.6%로 차츰 낮아지더니 결국 10% 밑으로 낮아졌다. 올해 1월 10.8%, 2월 12.3%, 3월 10.6%로 10%를 웃돌다 4월 7.5%, 5월 6.4%, 6월 4.8%를 기록했다.
두 시장 간 확약 비율 격차가 30%포인트 이상 벌어진 건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수요예측 결과를 살펴보면 유가증권시장 12.8%, 코스닥 시장 10.6%로 두 시장 간 큰 차이가 없었다. 2021년과 2022년에도 두 시장 간 격차는 10%포인트대였다.
유가증권시장 IPO 기업의 상장 후 주가가 안정적 흐름을 보이자 기관투자가가 코스닥 IPO 기업에 대해선 단타 매매를 주요 전략으로 삼은 결과다.
올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3곳의 주가는 모두 공모가를 웃돌았다. 이들 기업의 평균 공모가 대비 주가 수익률은 22.2%(19일 종가 기준)다. 신규 상장한 코스닥 IPO 기업의 경우 70%가 넘는 곳의 주가가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코스닥 IPO 기업의 경우 주식을 길게 보유할수록 손해를 볼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유가증권시장 IPO 기업의 경우 공모주 물량을 더 많이 받기 위해 보호예수를 더 많이 약속해야 한다는 점도 결과에 영향을 끼쳤단 분석이 나온다. 코스닥 IPO 기업과 달리 유가증권시장 IPO 기업은 공모가를 희망 범위 상단보다 높게 결정하는 사례가 드물다. 높은 가격을 제시한다고 해서 많은 물량을 받기 어렵다.
기관투자가의 보호예수 비율이 높으면 상장 직후 '매도 폭탄' 가능성도 작아 일반투자자가 청약 단계부터 몰리며 주가 하방 지지가 탄탄해진다. 반면 보호예수 비율 낮은 코스닥 IPO의 경우 일반투자자도 기관투자가와 마찬가지로 첫날부터 매도에 나서며 주가 하락을 가속화하고 있단 평가다.
대형 증권사의 한 IPO 본부장은 “미래 성장성에 초점을 둔 코스닥 상장사일수록 중장기적 접근이 필요하지만, 그동안에도 오히려 단기 매매를 희망하는 기관이 더 많았다”며 “올해 IPO 시장 과열로 이런 현상이 더욱 짙어졌다”고 말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