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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칼럼] 가덕도 신공항에 대한 성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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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예전과 많이 달라져 예측이 힘들다. 무엇보다도 기온이 갑자기 높아지면서 계절이 달라졌다. 머지않아 여름이 다섯 달이 될 것이라고 한다. 지구 온난화에 따른 이런 현상은 세계적이어서 인도에서 아라비아를 거쳐 북아프리카에 이르는 지역이 특히 살기 어려운 곳이 되었다. 기온이 높아지면 능률이 떨어지고 끝내 목숨을 잃는다.

지금까지는 바다가 열을 많이 흡수해 지구 온난화의 영향이 덜 느껴졌다. 이제 뜨거워진 바닷물이 육지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이다. 대륙의 빙하와 북극해의 얼음이 녹아 해수면이 높아진다. 온도가 올라간 바닷물은 부피가 늘어나니 해수면이 더욱 높아진다. 곳곳에서 섬들이 물에 잠기고 해안의 민가들이 포기된다.

바다가 더워지면 허리케인이나 태풍으로 불리는 열대성 저기압(tropical cyclone)의 발생이 늘어나고 힘이 세진다. 열대성 저기압은 가장 파괴적인 자연 현상이므로, 이런 추세는 두려울 수밖에 없다. 얼마 전 기후과학자인 민승기 포스텍 교수는 “우리나라에도 20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하던 ‘슈퍼 태풍’과 동반해 극한 강우가 빈번하게 올 우려가 크다”고 진단했다.

몇 해째 이어지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일깨워주듯, 지구 온난화를 막거나 더디게 하려는 노력은 큰 성과를 낼 수 없다. 인류는 지금까지 협의를 통해서 문제를 해결한 적이 없다. 힘센 나라가 다른 나라들에 제 뜻을 강요했을 따름이다. 미국의 힘이 상대적으로 약해지면서 그런 방식조차 통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 대비해 미국에서 치수를 맡은 육군 공병대는 미 남부 해안에서 재산을 지키는 일을 적극적으로 수행한다. 높아질 해수면과 거세질 파도로 해안이 침식되는 것을 막고 허리케인의 파괴적 영향을 줄일 공사들을 한다.

이런 사정은 어쩔 수 없이 가덕도 신공항 사업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운다. 가덕도는 너른 바다를 바로 대하는 섬이다. 먼바다에서 밀려오는 파도와 바람을 그대로 맞는다. 게다가 부산 지역은 태풍의 길목이다. 그런 곳에 공항을 짓는 일은 유난히 모험적인 사업이다. 지금부터 반세기 뒤에 파도가 거세지고 해안의 침식이 심해지고 태풍이 훨씬 거칠어지면, 공항의 유지 비용이 늘어나고 공항 구조물들은 피로가 쌓일 것이다.

이런 환경적 요인이 중심적 문제지만 경제성의 저하도 작지 않은 문제다. 부산시는 광역시 가운데 맨 먼저 ‘초고령 사회’가 됐다. 30년 뒤엔 인구가 25% 넘게 감소할 것으로 추산된다. 1950년대 말엽 “둘이서 걸어가던 남포동의 밤거리/지금은 떠나야 할 슬픔의 이 한밤”으로 시작하는 윤일로의 노래를 부르면서 매혹적 항구 도시 부산의 모습을 상상했던 필자는 최근 썰렁한 거리에 ‘임대’ 쪽지들이 나붙은 요즈음 남포동의 동영상을 보며 기억의 한부분이 지워지는 듯했다. 시민들이 줄어들고 젊은이들은 떠나는데, 한 세기는 내다봐야 할 사업인 공항 건설이 과연 타당한가?

부산항의 쇠퇴도 좋은 소식은 아니다. 부산은 오랫동안 세계 5위 항구였는데 중국의 발전과 우리 제조업의 위축으로 6위로 낮아졌다. 우리 산업의 중심지가 수도권으로 옮겨가는 추세여서 화물 운송에 관한 전망도 밝지 않다. 반면 공사비는 크게 늘어날 것이다. 이미 건설 분야의 원가가 많이 뛰었다.

지난 정권 아래 정부 빚이 급격히 늘어난 터라 지금 우리 정부는 투자 여력이 거의 없다. 그래서 첨단 기술에 대한 정부 투자가 아주 적다. 예컨대 모든 나라가 전략적 중요성을 지녔다고 여기는 양자 컴퓨터 분야에선 투자 규모가 부끄러운 수준이다. 시민 다수는 부산 지역에 공항을 짓는 것보다 기초 과학과 첨단 기술에 투자해 인재를 양성하고 뒤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할 것이다.

이미 확정된 건설 계획을 취소하는 일은 지난하다. 애초 가덕도에 공항을 건설한다는 방안이 정치적 결정이었으므로, 정치적 위기를 맞은 현 정권으로선 무척 곤혹스러울 것이다. 그래도 공항 건설의 기본 가정들이 크게 바뀌었으니 정치적 고려를 되도록 멀리하고 전국적 여론을 들어가며 재검토하는 방안이 바람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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