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권력 서열 1위인 응우옌푸쫑 공산당 서기장(사진)이 19일 향년 80세로 별세했다.
베트남 공산당은 이날 성명을 내고 쫑 서기장이 오후 1시38분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사인은 고령과 오랜 중병이라고 밝혔다. 전날 공산당은 쫑 서기장이 치료에 집중하기로 하면서 서열 2위인 또럼 국가주석(67)이 쫑 서기장의 업무를 임시로 대신한다고 발표했다. 쫑 서기장은 최근 몇 달간 건강 문제로 최고위급 회의에 불참했다.
쫑 서기장은 2011년 베트남 최고 권좌에 오른 뒤 2016년에 이어 2021년 3연임에 성공한 베트남전 이후 최장수 서기장이다. 2018년에는 국가주석을 임시 겸직하며 ‘국부’ 호찌민 이후 처음으로 베트남 서열 1·2위 자리를 모두 거머쥐는 절대 권력으로 부상했다. 베트남은 서열 1위 공산당 서기장을 정점으로 외교·국방을 담당하는 국가주석, 행정을 총괄하는 총리, 입법 수장인 국회의장이 권력을 나눠 갖는 집단지도 체제를 택하고 있다. 이 중 두 개 이상 최고위직을 동시에 맡는 일은 드물다.
쫑 서기장은 1944년 하노이에서 출생, 국립하노이대를 졸업한 뒤 옛 소련에서 유학했다. 당의 대표적인 사회주의 이론가로 활동하며 국영기업이 경제 발전을 견인해야 한다는 내용의 ‘베트남식 사회주의 시장경제’ 개념을 창안했다.
심기가 곧지만 유연한 ‘대나무 외교’ 역시 쫑 서기장을 상징하는 정책이다. 그는 모든 주요국과 우호 관계를 맺는 실리 위주의 외교 정책을 폈다. 지난 6월 미국·중국·러시아 정상을 모두 베트남으로 불러들인 장면은 대나무 외교의 대표적 성과로 꼽힌다.
쫑 서기장이 절대 권력을 쥔 것은 ‘불타는 용광로’라고 불리는 철저한 반부패 정책을 통해서다. 2016년 반부패 운동을 무기로 당시 신진 세력을 이끌던 정적 응우옌떤중 전 총리를 밀어냈다. 올 3월과 5월 보반트엉 국가주석과 부엉딘후에 국회의장이 당규 위반에 대한 책임을 지고 주석직에서 물러나는 등 최근까지 지도자들은 사정 칼날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갑작스러운 권력 공백이 발생하면서 베트남이 정치적 혼란에 빠져들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BBC는 “불타는 용광로 정책은 최고 지도자 다수를 실각시켰다”며 “후속 인재가 준비되지 않아 정치적 안정성에 대한 국민과 국제적 파트너들의 우려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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