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어제 공화당 전당대회 후보 수락 연설에서 북한 김정은과의 친분을 과시하는 발언을 여럿 했다. 트럼프는 “많은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사람과 잘 지내는 것은 좋은 일이다. 나는 김정은과 잘 지냈고,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막아냈다”고 말했다. 그는 “김정은은 나를 그리워하고 있을 것이다”라고도 했다.
트럼프의 말을 종합해 보면 자신이 집권한 시절에는 김정은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 북한의 도발을 억제했지만 바이든 정부에서는 미·북 관계가 막혀 북한이 다시 도발 강도를 높이고 있다고 비난한 것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재집권하면 과거 김정은과 세 번씩이나 만난 식의 이벤트 재개를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우려되는 대목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북한의 핵을 용인하면서 동결 대가로 대북 제재를 완화하는 거래가 재추진될 수 있다는 점이다. 베트남 하노이 회담은 노딜로 끝났지만, 막판에 김정은이 영변 외에 한 곳이라도 더 핵시설 폐기를 수락했다면 ‘동결 조건의 보상’이 현실화했을 수 있다는 후문이다. 둘째 희박하긴 하지만 주한미군 철수 내지 감축을 놓고 김정은과 협상을 벌일 수도 있다. 트럼프와 김정은이 협상 테이블에 다시 앉으면 거래는 하노이 때보다 더 높은 조건에서 시작할 가능성이 크다. 김정은의 제안이 달콤해질수록 그럴 것이다. 셋째 한·미 동맹과 한·미·일 공조 약화다. 트럼프는 정적인 조 바이든 대통령이 끌어냈다는 이유만으로도 한·미·일 캠프 데이비드 협정을 뒤집을 수 있는 인물이다.
우리 입장에선 어떤 경우든 달갑지 않다. 현행 안보체제의 틀이 뿌리째 흔들리면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막대한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트럼프가 대만에 대해 방위비를 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자 대만 정부가 “더 많은 책임을 질 용의가 있다”고 신속하게 응답한 것은 그만큼 ‘트럼프 불확실성’에 따른 불안이 크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도 외교 채널을 총동원해 트럼프 진영과의 접촉 채널을 확대하고 안보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전략적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문재인 정권 때처럼 ‘패싱’당하는 일이 없도록 촘촘한 네트워크 구축과 치밀한 사전 대응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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