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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세 3000억 쏟아부었는데…축구협회 '숨겨진 민낯' [신현보의 딥데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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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축구협회(이하 축협)에 연간 약 300억원의 국가 재정이 투입되면서, 수익에서 정부 의존도가 약 3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정부 재원이 아니면 운영이 어려운 셈이다. 미국과 일본 등 주요국은 국가 보조금 의존도가 낮은 가운데, 축협의 '재정 자립'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 재정 없으면
18일 한경닷컴이 축협의 손익계산서를 분석한 결과, 지난 2013년 이후 보조금과 복표 수익을 제외하면 연 평균 300억원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2012년 이전 지표는 공개되지 않아 분석에서 제외했다.

축협의 손익계산서는 정부 재정 비중이 상당한 보조금과 스포츠토토 등으로 알려진 복표 수익을 포함해 계산하면 재정 상황이 좋아지는 것처럼 보인다. 복표 수익은 국민체육진흥공단이 국민체육진흥기금 조성을 위해 운영하는 국가정책사업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정부 재원을 배분하는 세금의 성격을 가진다.

축협의 당기순이익은 최근 5년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입장료 수익 등이 없어 38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2020년을 제외하곤 늘어나는 듯한 모습이다. 당기순이익은 2021년 68억원→2022년 138억원→2023년 192억원 등으로 늘고 있다. 사업 수익만 떼놓고 보면 지난 11년간 약 1.5배 늘었다.



문화체육관광부 소관의 사단법인인 축협은 정부 보조금 수익이 지난해 기준 연간 277억원에 달한다. 이는 정몽규 회장이 부임한 지난 2013년 86억원에서 3배 증가한 수준이다. 브라질 월드컵 등으로 2014년에 일시적으로 100억원을 훌쩍 넘겼던 때를 제외하면 2016년까지 100억원 아래서 움직였던 정부 보조금 수익은 정 회장의 2기 집행부가 들어선 2017년 151억원으로 급증한 후 100억원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다. 카타르 월드컵이 있었던 2022년에는 366억원으로 홈페이지에 공지된 손익계산서상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복표 수익은 최근 5년간 200억원 안팎에서 움직이는 중이다.

2020년까지만 해도 보조금과 복표 수익은 연간 300억원이었는데 2022년부터는 500억원 안팎으로 급증했다. 이렇게 지난 11년간 축협이 쓴 보조금은 총 1809억원, 복표 수익은 총 2058억원으로 총합 3867억원에 육박한다.

이러한 보조금과 복표 수익을 제외하고 손익계산서를 다시 살펴보면 지난 11년간 연간 300억원 대 적자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된다. 그동안 중계료나 입장료 수익 등은 개선됐으나, 후원사 수익은 사실상 11년간 제자리 상태 수준이고, 지출 규모가 비용 중 가장 큰 대회운영비가 36%, 지원금이 162% 증가하는 등 각종 비용이 증가한 결과다. 이런 가운데 훈련비는 12% 증가에 그쳐 선수들 훈련에 들어가는 투자는 미미하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축협은 손익계산서에서 적시된 보조금이 전부 정부에서 나온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월드컵과 아시안컵에 참가할 때 국제축구연맹(FIFA)와 아시아축구연맹(AFC)으로부터 받는 돈도 포함됐다는 것이다. 축협은 작년에 FIFA와 AFC에게 받은 보조금은 156억, 순수 정부 보조금에 해당하는 국민체육진흥기금은 연간 110억원 규모라고 밝혔다. 다만 이렇게 계산을 해도 축협의 사업수익 중 정부 재정에 해당하는 금액은 연간 30%에 달한다. 축협 설명에 따라 연간 정부 보조금이 110억원에 달한다고 보고 11년간 투입된 정부 재정을 추산해보면 복표 수익 총 2058억원을 포함해 약 3000억원으로 예상된다.

축협 관계자는 "보조금이라는 것은 정부에서 지정해 위탁한 사업을 위해 쓰이는 것이다. 집행하고 남은 잔액은 반납한다. 예산이 들어오지 않으면 사업 진행을 안 하기 때문에 재정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우리 사업을 도와달라'는 게 아니다"며 "보조금 위탁 사업에 대해 축협은 계속 S등급을 받아 문체부 등이 지원규모와 위탁사업을 늘려왔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세입·세출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면서 사업수익에 넣으면 안 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건 해석을 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또 "복표 수익이 늘어난 것은 스포츠토토 판매량이 증가했고, 그만큼 한국 축구·스포츠를 즐기는 인구가 늘면서 생긴, 협회 뿐만 아니라 정부로서도 국민체육진흥 재원 조성 측면에서 좋은 현상에 해당한다"며 "중계료·입장료·후원사 수익은 정 회장이 취임한 2013년 453억원 규모에서 2023년 598억원으로 32% 증가했고, 전체 사업수익 역시 2013년 797억원에서 2023년 1181억원으로 48%으로 증가했다"고 첨언했다.
타국·타체육협회와 비교해도 많은 국가 재정
한국 축협이 정부로부터 수백억원을 받으면서도 사업 수익은 11년간 1.5배 상승에 그친다. 주요국에서 축협의 기능하는 축구 단체에서는 복표 수익은 물론, 정부 보조금이 없는 경우도 많다. 브라질, 미국 등이 이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라질은 지난 10년간 약 3배, 미국은 2배 넘는 사업 수익 개선을 일궈냈다. 이웃국이자 아시아에서 경쟁국으로 꼽히는 일본의 축구협회(JFK)는 정부 보조금이 있지만 그 비중이 5%도 안 된다. 정부 도움 없이도 JFK는 다양한 사업에서 수익을 내면서 지난 10년간 사업 수익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주요국 중에서 재정 상태가 안 좋은 곳은 독일이 대표적이다. 독일축구연맹(DFB)은 2015~2022년간 수익이 12% 감소했다. 이러한 여파로 2022년 적자는 한화 61억원에 달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DFB는 캠퍼스 등 설비 투자까지 급증하면서 재정난이 악화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DFB의 재정 악화 문제가 독일 축구 대표팀의 장기 부진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이러한 재정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DFB는 70년 넘게 대표팀을 후원해온 자국 브랜드 아디다스와 결별하고 미국 업체 나이키와 손잡기로 결정했다.

국내 다른 체육 협회도 정부 의존도가 높지만 축협만큼 많은 정부 재정이 투입되진 않는다. 2022년 기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에는 약 92억원(체육회지원금 58억원, 체육진흥투표수익금 34억원), 대한농구협회에는 정부 보조금 46억원이 들어갔다.
"개선 필요해"

전문가들은 정부 의존적인 축협의 재정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정부 재원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인 수익성 개선이 절실하다는 진단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사단법인이라고 해도 특정 집단이 장기 집권하면 경영진의 입김이 세진다"며 "크고 작은 독단적 결정이 재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스스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야 우리나라의 프로축구 산업이 세계적으로도 활발한 수준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제언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옹호론'도 나온다. 전용배 단국대 스포츠경영학과 교수는 "축구는 타 스포츠 종목에 비해 재정 자립도나 안정성이 훨씬 높은 편"이라면서도 "일시적으로는 천안축구종합센터 건설비용 등으로 예상치 못한 지출이 늘어났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천문학적인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곳인 만큼, 한동안 축협을 향한 관심과 질타가 이어지는 일도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 박지성·이동국·이영표·이천수 등 전 축구 국가대표 선수들은 축협의 운영 방향에 대해 연달아 목소리를 높일 정도로 축구계 안팎으로 비판이 끊이질 않고 있다. 소관 부처인 문체부도 최근 축협 논란과 관련해 "한계에 다다랐다"는 말이 나온다. 문체부 산하 스포츠윤리센터에 홍명보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과 관련해 신고가 접수됐고, 센터는 조사에 착수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축협에 관련 사안과 관련해 이사회 회의록 공개를 요청했고, 축협은 "회장이나 임원의 자격을 심사할 수는 있어도 스포츠나 기술적인 부분을 (정부 기관이) 마음대로 할 수는 없다"며 반발했다.

신현보/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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