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정부에서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보좌관은 "한국은 매우 부유한 국가로, 자국 방어를 위해 부담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16일(현지시간) 한국의 방위비 증액을 사실상 요구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할 경우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다시 기용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인사다.
오브라이언 전 보좌관은 이날 연합뉴스에 한국의 방위비 분담과 관련해 "한국은 자국 방어를 위해 부담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더 큰 기여를 하길 바란다. 좋은 협상을 기대한다"며 "한국은 매우 부유한 국가가 됐다. 한국에서 벌어진 일은 가장 큰 경제적 스토리다. 한국은 무엇이든 필요한 것을 할 수 있는 돈이 있다"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타임지와 인터뷰에서 "나는 한국이 우리를 제대로 대우하길 바란다"면서 한국이 방위비 분담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주한미군을 철수할 수 있음을 시사했었다. 타임지는 이를 두고 "한국이 더 많은 돈을 내지 않는다면 미국이 주한미군을 철수할 수 있다고 시사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오브라이언 전 보좌관은 이런 분석에 대해 "그것은 다 추측"이라며 "한국이 (방위비 협상에서) 필요한 조치를 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오브라이언 전 보좌관은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시 한미 동맹 관계에 대한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한국을 매우 좋아한다. 우리는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시, 내가 백악관에 있을 때, 한국과 매우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며 "당시 (북한의) 핵실험이나 탄도미사일 실험이 없었고 긴장도 완화됐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한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잘 알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를 장악한 한국 여성 골프선수들을 좋아한다"고도 했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4월 30일 공개된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방위비 분담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주한미군을 철수할 수 있음을 재차 시사했다. 그는 "우리는 위험한 지역에 4만 명(실제로는 2만8500명)의 군인이 있다"며 "그것은 말이 안 된다. 왜 우리가 누군가를 방어해야 하나. 우리는 매우 부유한 나라(한국)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나는 한국이 우리를 제대로 대우하길 바란다"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1기 시절인 2019년 이른바 '안보 무임승차론'을 내세우며 한국이 방위비를 5배 이상 더 부담해야 한다고 압박했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오는 11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 한국의 방위비 문제가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미는 오는 2026년부터 적용할 제12차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가 들어설 경우 이 내용의 협상이 아닌 새 협상을 요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1차 SMA에 따라 정해진 2021년 방위비 분담금은 1조1833억원이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