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사업재편의 마지막 퍼즐이 완성됐다.”
산업계 고위 관계자는 SK에코플랜트(옛 SK건설)가 반도체 가공·유통업체 에센코어와 산업용 가스회사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를 품기로 한 결정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SK그룹의 대대적 사업재편을 부른 양대 축인 SK온과 SK에코플랜트의 재무구조 개선 방안이 사실상 확정됐기 때문이다.
핵심은 SK에코플랜트가 계획대로 2026년까지 기업공개(IPO)를 할 수 있도록 그룹의 알짜 회사들을 붙여주는 것이다. 돈 되는 사업을 떼어주는 SK㈜도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SK에코플랜트 지분 42.9%를 보유한 대주주인 만큼 자회사를 탄탄하게 만들어주는 게 장기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계열사 간 시너지 날 것”
16일 재계에 따르면 SK㈜는 자회사인 에센코어를 SK에코플랜트 자회사로 넘기는 방안을 18일 이사회에서 의결한다. 에센코어는 SK그룹이 2013년 인수한 반도체 가공·유통 회사다. SK하이닉스에서 반도체를 공급받아 SD카드, USB 등으로 가공한 뒤 세계 시장에 유통하는 회사다. SK하이닉스의 D램과 낸드플래시 제품을 소매시장에서 판매하기도 한다. 업계 관계자는 “에센코어 제품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하이닉스 램’으로 불리고 있다”며 “SK하이닉스의 판매가 늘어날수록 수익성이 좋아지는 구조”라고 말했다.SK그룹은 SK에코플랜트 자회사인 SK테스와의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SK테스는 데이터센터 서버와 정보기술(IT) 기기 재활용 업체다. 미국, 유럽 등 21개국에서 46개 재활용 시설을 운영하는 등 탄탄한 영업망이 강점이다. 에센코어와 SK테스는 고객군이 거의 비슷하다. 에센코어가 판매한 D램 등의 활용 가치가 낮아지면 SK테스가 제품을 수거해 재활용하는 식이다.
SK에코플랜트는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 인수를 계기로 설계·조달·시공(EPC) 포트폴리오 확대에 나선다. SK에코플랜트는 수요가 늘어나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EPC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삼고 있다. SK에코플랜트가 짓는 공장에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의 산업용 가스 시스템을 넣고, SK하이닉스 반도체가 들어간 서버를 설치하는 그림을 그린다는 얘기다.
2026년 IPO에 청신호
이번 합병으로 SK에코플랜트의 2026년 IPO 계획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해 1745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지만 336억원 순손실을 냈다.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단기차입금만 1조6744억원(1분기 말 기준)에 달한다. 친환경 사업에 뛰어들면서 폐기물 업체를 여럿 인수했는데, 기대만큼 실적이 올라오지 않은 탓이다.업계에선 기업가치가 각각 1조원에 이를 것으로 평가받는 에센코어와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가 붙으면 SK에코플랜트의 수익성이 크게 좋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에센코어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590억원으로 떨어졌지만, 2021년 1120억원, 2020년 104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올 들어 SK하이닉스의 실적이 크게 좋아진 만큼 에센코어의 영업이익도 2021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도 비슷하다. SK하이닉스 등 안정적인 그룹 물량이 있는 데다 장기계약도 많아 상당 기간 꾸준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48% 증가한 2576억원, 영업이익은 27% 늘어난 653억원을 기록했다.
SK에코플랜트 IPO 계획의 불확실성이 확 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상장을 위해선 올해와 내년에 흑자를 내야 하는데, 큰 변수가 없는 한 흑자 전환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2022년 1조원 규모의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를 유치하면서 투자자들에게 2026년 7월까지 상장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때까지 상장하지 못하면 연 5~8% 수익을 보장해주기로 했다.
김우섭/하지은/김형규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