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권에 도전하는 원희룡 후보 캠프와 한동훈 후보의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 '문자 읽씹' 파장 이후에는 최근 한 후보 캠프는 '자체 당원 여론조사', 원 후보 캠프는 '가족 비방' 영상 유포 논란으로 원-한 갈등이 격화되는 분위기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회는 15일 원 후보 측 관계자가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한 후보 가족 관련 영상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퍼 나른 사실을 확인하고, 구두 경고 조치했다. 이 영상에 담긴 내용이 인신공격성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국민의힘 당 대표·최고위원 선출 규정에는 선거운동 시 후보자 비방과 흑색선전, 인신공격, 지역감정 조장 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
아울러 선관위는 당원 대상 자체 여론조사 결과를 언론사에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는 한 후보 캠프에 대해 구두 경고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진다. 해당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한 복수의 언론사에는 기사 삭제를 공식 요청했다. 전날 한 언론은 한 후보가 지난 13~14일 당원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첫 자체 여론조사에서 과반 지지율을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원 후보 등 다른 후보들은 "당원들의 여론을 교란·왜곡시키는 저열한 공작은 용납돼서는 안 된다"며 선관위의 강력한 제재를 촉구했다.
이날 한 후보 캠프는 논평 등 대응을 자제하는 한편, 원 후보 캠프는 날 선 반응을 잇달아 내놨다. 원 후보는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특검 반대냐, 찬성이냐'는 제목의 게시물을 올렸다. 그는 "민주당의 탄핵 음모를 분쇄하고, 당정을 하나로 모아 정권을 재창출할 수 있는 후보냐, 아니면 민주당의 계략에 동조해 대통령을 탄핵하고 당을 분열로 끌고 가, 결국 모두를 망하게 할 후보냐. 이게 바로 이번 당 대표 선거의 핵심이다. 특검을 막기 위해서 뭉쳐야 한다"고 호소했다.
원희룡 캠프의 오영택 청년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통해 "대구·경북 합동연설회 이후 원희룡 후보의 비전에 공감하는 당원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이미 공수처가 수사 중인 채상병 특검을 추진하자는 주장은 정치에 대한 기본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납득하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이어 "총선 공천에서 자신의 입맛대로 측근들을 낙점시키려 했던 행태는 호위무사들에게 배지를 달아준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방탄 공천'과 무엇이 다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총괄선대위원장으로서 저지른 실수를 회피하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계속해서 총선 백서 발간과 패인 분석을 거부한다면 어떻게 우리가 변화하고, 다시 이길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한동훈 후보의 지지자들께도 호소드린다. 과거 한 후보께서도 '개딸 전체주의'를 강하게 비판하셨던 만큼 과격하고 저질스러운 그들의 모습과는 달라야 할 것"이라면서 "격앙된 모습은 자제해달라"고 덧붙였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