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통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열대야는 여름철 수면을 방해하는 요인 중 하나다.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기온이 25도 밑으로 내려가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 잠을 제대로 못자면 다음날 컨디션이 떨어지고 면역력이 약해져 건강에도 좋지 않다.
신원철 강동경희대병원 수면센터 신경과 교수는 15일 "잠에서 깨기 2시간 전까지 체온이 내려가고 이후 조금씩 체온이 높아지면서 잠에서 깨어난다"며 "잠자는 밤 동안 대기 온도가 25도 이하로 떨어지지 않으면 높은 대기 온도 탓에 체온이 떨어지지 않고 멜라토닌 분비가 되지 않아 깊은 잠에 들기 어렵다"고 했다.
사람은 잠자기 2시간 전 가장 높은 체온을 유지한다. 잠이 들면 점차 체온이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이 분비된다. 깊은 잠에 빠져드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균형이 깨지면 깊게 잠들지 못하고 자주 깨게 된다.
여름철 열대야마다 찾아오는 수면 장애를 막기 위해선 침실 상태를 서늘하고 시원하게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낮에는 블라인드와 커튼을 사용해 뜨거운 햇빛과 공기가 집안에 들어오는 것을 막는 게 좋다. 밤에는 열이 많이 발생하는 전자기기를 적게 사용해야 한다. 고성능 PC, 대형 TV도 열이 상당히 많이 분출된다. 되도록 짧게 사용하거나 취침 1~2시간 전에는 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
통기가 잘 되는 시원한 침구류를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면, 텐셀, 대나무 레이온 소재 등 통기성 침구류를 활용하면 인체 수분이 쉽게 흡수된다. 피부에서 수분이 빨리 증발해 체온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쿨링 매트리스와 패드를 사용하는 것도 좋다.
잠들기 전 침대에서 스마트폰 등을 활용하면 블루라이트(청색파) 탓에 쉽게 잠들지 못한다. 청색광은 멜라토닌 생성, 분비를 낮춘다. 잠에 깊게 들지 못해 숙면에 방해가 된다.
신 교수는 "청색광 차단 필름이나 스마트폰 야간모드 설정을 통해 청색광을 노출을 줄이려해도 방출을 완전히 막지는 못한다"며 "잠자기 1시간 전부터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등 전자기기를 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고 했다.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루 종일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면 몸을 시원하게 유지할 수 있다. 낮에 온열질환을 예방하는 데에도 좋다. 여름밤엔 잠들기 전 차가운 얼음물을 마시면 체온을 일시적으로 빠르게 낮춰 수면에 도움이 된다.
대개 좋은 수면을 위해 미지근한 물로 샤워를 하는 게 좋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열대야엔 찬물 샤워도 좋다는 게 신 교수의 설명이다. 일반적으로 찬물 샤워를 하면 혈관이 수축하고 몸을 흥분시키는 교감신경을 항진시켜 깊은 잠을 방해하지만 열대야엔 더운 기온이 지속되기 때문에 빠르게 체온을 낮춰주는 게 낫다는 것이다.
수면에 좋은 습도를 유지하는 것도 추천한다. 제습기를 사용한다면 수면에 가장 좋은 습도인 50% 내외로 조절해야 한다. 습도가 높으면 실내 온도가 높아져 숙면을 방해한다.
에어컨을 활용하는 것은 도움되지만 너무 낮은 온도로 설정하는 것은 좋지 않다. 냉방병을 일으킬 수 있는 데다 체온이 너무 낮아지면 혈관이 수축한다. 몸 속 높은 심부체온의 발산을 박아 전체적인 체온을 낮추는 데엔 방해가 될 수 있다. 방안 온도를 고려해 적정 온도(23~26도)로 설정하는 게 좋다.
나이가 들면서 잠이 줄어든다면 평소 습관을 교정해 수면의 질을 높이는 게 좋다. 신 교수는 "60세 이후엔 생체시계가 있는 시상하부가 노화해 예전보다 잠을 못 자게 된다"며 "스스로 뇌의 기능을 대신하도록 주변을 관리해야 한다"고 했다.
소음, 온도 등을 조절해 잘 수 있는 침실 환경을 만들고 오후에 가볍게 운동하는 게 좋다. 잠을 방해하는 카페인 등의 섭취를 줄여 멜라토닌이 생성되기 좋은 몸 상태를 만들어야 한다.
20분 이상 잠이 오지 않는다면 계속 누워있는 것보다는 거실에 앉아 책을 읽거나 편안한 음악을 감상하는 게 좋다. 복식호흡을 하면서 스트레칭하는 것도 좋다. 이렇게 자극을 조절한 뒤 잠이 오면 다시 눕는 편이 낫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