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지난 12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소유한 엑스(X·옛 트위터)에 대해 허위·불법 콘텐츠 확산 방지 의무를 준수하지 못했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머스크 CEO는 EU로부터 불법 비밀 거래를 제안받았다고 주장하며 법적 소송까지 예고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이날 X 측에 디지털서비스법(DSA)을 위반했다는 예비조사 결과를 통보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2월 처음 X의 DSA 위반 여부 조사에 착수한 지 7개월 만이다. 예비조사 결론이 확정되면 EU 집행위는 X에 전 세계 매출의 최대 6%를 과징금으로 부과할 수 있다. 집행위는 이번 예비조사 결과에 대한 X 측 반론과 해명 등을 검토한 뒤 최종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EU가 문제 삼은 건 X의 ‘블루체크’ 인증 정책이다. X 계정 옆에 표시되는 블루체크는 당초 정치인·관료·연예인·언론인 등 공인이 운영하는 검증된 계정임을 나타내는 인증이다. 하지만 머스크 CEO가 2022년 X를 사들인 후 프리미엄 서비스 이용자 표시로 바뀌었다. EU 집행위는 “누구든지 (유료 서비스에) 가입만 하면 ‘인증’ 상태로 바뀌기 때문에 사용자가 콘텐츠 진위에 대해 자유롭고, 정보에 입각한 결정을 내리는 데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이어 “악의적 행위자가 다른 사용자를 기만하기 위해 블루체크를 남용한 증거도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8월 DSA가 시행된 후 위반 사례로 잠정 결론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DSA는 X와 페이스북 등 SNS 플랫폼에서 허위 정보와 불법 콘텐츠가 유통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제정됐다. 집행위는 블루체크 인증 외에도 X가 광고 투명성 요건을 지키지 않고 DSA에 따른 공개 데이터 접근 권한을 충분히 제공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EU는 X 외에 페이스북·인스타그램·틱톡 등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X의 대주주인 머스크 CEO는 이 같은 결과에 즉각 반발했다. 그는 EU 집행위 발표 직후 자신의 X 계정에 “EU 집행위가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이용자 발언을 조용히 검열하면 벌금을 부과하지 않겠다’는 불법적인 비밀 거래를 제안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다른 플랫폼은 그 거래를 수용했지만 X는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머스크 CEO는 법적 소송도 예고했다. 그는 “우리는 유럽인이 진실을 알 수 있도록 법정에서 매우 공개적인 다툼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실리콘밸리=송영찬 특파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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