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중단, 공사비 급증 등으로 손실을 보는 공사 현장이 늘자 건설업계에서 선별 수주 현상이 확산하고 있다. 서울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장의 시공사 선정 입찰이 참여 건설사가 없거나 한 곳만 참여해 유찰되기 일쑤다. 잠재 수요자가 많은 강남에서조차 3.3㎡당 공사비가 900만원 이하인 사업장은 건설사가 수익성 저하를 이유로 시공 참여를 주저하는 모습이다.
강남구에서 재건축 사업을 진행 중인 개포주공5단지 시공사 선정 입찰은 대우건설만 지난 5월 참여의향서를 제출해 유찰됐다. 이 단지는 총공사비만 6970억원에 달해 상반기 재건축 정비사업의 최대어로 꼽힌 곳으로 지하철 수인분당선 개포동역 동남쪽에 있다. 업계에선 조합의 낮은 공사비 책정을 유찰 이유로 들고 있다. 5월 입찰 당시 조합이 제시한 3.3㎡당 공사비는 840만원이었다.
남쪽으로 한강을 조망할 수 있어 제2 성수전략정비구역으로 불리는 광진구 자양7구역도 최근 두 차례 입찰에서 시공사를 찾지 못했다. 자양7구역 조합은 3.3㎡당 공사비를 870만원으로 책정했다. 1차 입찰 참여의향서를 접수한 결과 DL이앤씨만 제출해 유찰됐다. 8일 마감한 재입찰에서도 DL이앤씨만 참여해 무산됐다. 조합 관계자는 “지금보다 공사비를 더 올릴 생각이 없다”며 “수의계약으로 전환할지, 다시 공고를 낼지, 우선협상대상자를 지정할지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3.3㎡당 900만원 이상을 제시한 조합은 한 차례 유찰에도 재입찰에서 응찰 건설사가 나타나기도 했다. 도곡개포한신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3월 본입찰에서 응찰자가 나오지 않았다. 이후 재입찰한 결과 DL이앤씨와 두산건설 2개 건설사가 참여해 경쟁입찰이 성사됐다. 매봉역 바로 앞 입지에 816가구를 짓는 이 단지는 예정 공사비가 3.3㎡당 920만원으로 책정됐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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