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지난해 책정된 방위 예산을 다 쓰지 못하고 1조 원 이상 남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추후 일본 정부가 추진하는 방위비 증세 논의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1일 아사히신문은 일본 정부가 2023 회계연도 예산에 계상한 6조 8,210억 엔(58조 2,300억 원) 방위비 가운데 불용액이 1,300억 엔(약 1조 1,100억 원)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동일본 대지진 재해가 있었던 2011년 불용액 1,800억 엔(약 1조 5,400억 원)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는 매년 방위 예산 1~2%에 해당하는 1,000억엔(약 8,600억 원) 정도는 불용 처리되며, 방위비 예산 불용액이 늘어난 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사업계획 변경으로 계약액이 예정보다 적거나 환율 영향을 받을 수 있어 불용액이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불용액이 많이 남게 된 이유에 대해 “올해 인건비와 계약금이 예정보다 낮게 책정됐다”고 말하며, “불용 비율이 예년에 비해 높은 것은 아니다”라고 대응했다.
실제로 일본 교도통신에 따르면 방위 예산에서 사용되지 않는 자금 규모는 2020 회계연도까지 3년 연속 1,100억 엔 이상을 유지해 왔다. 2022 회계연도에도 항공기 수리비가 예상보다 적게 들어간다는 등의 이유로 불용액 1,073억 엔(약 9,200억 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재무성 관계자는 아사히신문에 “예산을 갑자기 너무 늘리는 바람에 사업자와의 조정 등이 이를 따라잡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일본 정부는 3대 안보 문서를 개정하면서 국내총생산(GDP)의 1% 수준인 방위 관련 예산을 2027회계연도까지 2%로 인상하고, 2023년도부터 2027년도까지 5년간 방위비 예산을 43조 엔(약 367조 3,300억 원)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아사히신문은 “일본 정부가 늘어난 방위 예산 일부를 마련하기 위해 법인세와 소득세, 담뱃세를 올릴 방침”이라며 “예산을 다 쓰지 못한 실태가 밝혀지면서 증세 개시 시기와 관련해 올해 말 세제 개정 논의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민주 기자 min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