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7월 11일 15:04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토종 사모펀드(PEF) 운용사 IMM프라이빗에쿼티(PE)와 스틱인베스트먼트가 컨소시엄을 꾸려 효성화학 특수가스 사업부 지분 100%를 1조3000억원에 인수한다. 매각 작업이 마무리되면 석유화학 업황이 고꾸라진 데다 대규모 베트남 투자로 인해 악화된 효성화학의 재무구조가 대폭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1일 산업계에 따르면 효성화학 특수가스 사업 매각을 주관하는 UBS와 KDB산업은행 M&A실은 이날 IMM PE-스틱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매각가는 1조3000억원이다. IMM PE와 스틱이 각각 6500억원을 내 인수 대금을 마련하기로 했다.
IMM PE와 스틱은 원래 효성화학 특수가스를 인수하기 위해 경쟁하던 사이였다. 올초부터 본격화된 효성화학 특수가스 매각전에는 IMM PE와 스틱을 비롯해 한국투자PE, 어펄마캐피탈, 스톤브릿지캐피탈, 글랜우드크레딧 등 국내 주요 PEF 운용사들이 대거 참전했다. 적격인수후보(쇼트리스트)를 선정하는 단계까지도 경쟁을 벌였던 IMM PE와 스틱은 최종 인수를 위해 맞손을 잡았다.
양사가 손을 잡은 건 소수지분 매각에서 전체 경영권 지분 매각으로 전환되면서 딜의 규모가 커졌기 때문이다. 특수가스 사업이 경기와 무관하게 안정적으로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양측 모두 결코 이번 딜을 놓쳐선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컨소시엄 구성이 성사됐다. IMM PE가 유사한 업종인 산업가스 제조사인 에어퍼스트에 투자해 성공한 경험이 있다는 점도 스틱이 IMM PE와 협업하기로 한 이유 중 하나다.
효성화학의 특수가스 부문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제조 공정에서 발생하는 이물질을 세척하는 데 쓰이는 NF3를 생산한다. 연산 8000t 규모의 생산설비를 보유하고 있다. 생산량 기준으로 세계 1위인 SK스페셜티(1만3500t)와 2위인 중국 페릭(9000t)에 이어 3위다. 지난해 특수가스 사업부는 매출과 영업이익으로 각각 1684억원, 200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효성화학 전체 영업적자가 1888억원에 달했던 점과 비교하면 수익성이 더욱 두드러졌다.
효성화학은 당초 소수지분(49%) 매각을 추진했으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경영권을 포함한 전체 지분을 매각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효성화학은 폴리프로필렌(PP) 생산 설비 구축을 위해 베트남법인인 효성비나케미칼에 1조5000억원을 투입하면서 재무구조가 악화됐다. 올 1분기 말 기준 효성화학의 부채총계는 3조2212억원에 달한다. 부채비율은 3485.8%에 이른다.
1조3000억원에 달하는 특수가스 사업부 매각 대금으로 부채를 갚으면 효성화학의 재무구조는 단번에 대폭 개선될 전망이다. 효성화학은 재무구조를 개선한 뒤 베트남법인 정상화에 집중할 계획이다. 효성화학은 최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국영석유회사(ADNOC)과 효성비나케미칼의 사업 협력 방안 등을 담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효성화학은 ADNOC와 합작법인(JV)을 만드는 방안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효성화학 특수가스 매각이 마무리되면 효성그룹의 계열분리와 형제 간 독립경영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효성그룹은 이달 초 2개 지주회사 체제로 인적분할을 했다. 조현준 회장은 기존 지주사인 ㈜효성과 함께 효성중공업, 효성티앤씨, 효성화학 등을 맡았다.
글로벌 전력 인프라 수요 증가로 수혜를 입은 효성중공업과 스판덱스 업황 회복세를 탄 효성티앤씨와 달리 효성화학은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조 회장의 고민거리였다. 특수가스 사업부 매각이 마무리되고 효성화학 재무구조가 개선되면 조현준·현상 형제의 지분 정리를 통한 계열분리와 완전한 독립 경영 체제 구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차준호/박종관 기자 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