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주가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자는 밸류업 논의가 뜨거웠다. 최대주주의 상속세 할증 폐지 및 최고세율 인하, 소액주주 대상 장기보유 특별공제 신설, 배당소득 분리과세,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에 주주 포함, 자사주 매입 소각 등 여러 대책이 테이블에 올랐다. 그러나 효과는 신통치 않은 모습이다. 당연한 일이다. 주가가 업그레이드되는 데는 경기 회복, 기업 수익성 개선 전망이나 투자 환경의 획기적인 개선 같은 주식시장 환경 변화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 코스피지수 추이를 보면 지수 135 내외 수준을 지속하다가 1986년 들어 오르기 시작해 마침내 1989년 3월 지수 1000선을 돌파했다. 주가가 오르기 시작한 1986년은 어떤 해였나. 만성 적자를 보이던 경상수지가 마침내 처음 흑자를 기록한 해였다. 주가와 집값이 오르고 1988년 올림픽도 치르고, 단군 이래 최대 호황이란 말도 나온 때였다. 그 정도의 기업 수익성 개선이 있었기에 코스피지수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그 후 코스피지수는 2007년 10월 처음으로 2000을 돌파했으나 곧 하락했다. 2010년 12월 들어 본격적으로 2000대에 올라서 2011년 11월까지 지속됐다. 중요한 배경은 투자 환경 변화였다. 금융회사들이 개설한 펀드를 통해 주식투자를 하는 간접투자 시대가 열린 것이다. 많은 투자금이 금융회사 펀드에 몰리면서 주가를 끌어올렸다.
2021년 1월 코스피지수는 3089로 3000대에 올라서 그해 6월에는 3259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2021년 10월 들어 다시 3000대가 붕괴하며 하락 추세로 돌아섰고, 그 이후 횡보를 보이며 지금도 지수 2500~2800대를 맴돌고 있다. 올해 1분기 주가 상승률이 일본 20.6%, 대만 13.2%, 유럽연합(EU) 12.4%, 미국 10.2%를 기록할 때 한국은 3.4%에 그쳤다. 지난 10년간 국내 증시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도 1.04배로 미국 3.64배, 대만 2.07배, 일본 1.40배에 비해 크게 낮다.
코스피지수가 다시 3000선을 넘어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서는 경기 회복과 기업 수익성 개선 전망이 나오고 증권시장으로 자금이 유입돼야 한다. 증권시장 자금 유입을 위해서는 미국 등 선진국에서 모두 채택한 차등의결권 도입이 중요하다. 차등의결권이 도입돼야 기업을 키우기 위해 외부 자금을 투자받아도 경영권이 흔들리지 않는다. 기업 투자를 확대해도 안정적인 경영이 가능한 것이다.
쿠팡은 2021년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김범석 의장의 차등의결권이 29배다. 2%만 가지고 있어도 58%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어 안정적인 경영이 가능하다. 2014년 중국의 알리바바도 이런 이유로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네이버 웹툰의 미국 법인 웹툰엔터테인먼트 역시 미국 기업공개(IPO)에 성공했다. 야놀자도 미국에 상장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모두 차등의결권 때문이다.
한국의 상속세율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악명이 높다. 기업 경영권 할증을 포함하면 60%에 이른다는 지적도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캐나다 호주 등 15개국은 상속세가 없고 있더라도 공제액이 많아 실효세율이 낮다. 징벌적 상속세를 이대로 두고는 기업 투자 활성화를 통해 주가를 올릴 수 없고 양질의 일자리도 창출할 수 없다. 당연히 밸류업은 안 된다. 차등의결권을 도입하고 상속세를 폐지 또는 대폭 인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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