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7월 10일 09:56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글로벌 2위 차량 공조 제조사인 한온시스템의 인수·합병(M&A)이 예상치 못한 암초를 만났다. M&A 발표 이후 회사의 주가가 급락하면서 인수 측인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가 한앤컴퍼니 측에 지불하는 구주 가격이 "시가 대비 과도하다"는 논란이 거세지면서다. 일각에선 한국타이어 측이 이를 빌미로 가격 조정을 시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자칫 딜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1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국타이어는 이번 주까지 한온시스템 실사를 마치고 본계약(SPA)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앞서 양측은 지난 5월 3일 주식매매계약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서 최대 10주간 실사에 나선 후 추가 2주간 배타적 협상에 돌입하기로 합의했다. 실사와 SPA 마감은 각각 이달 12일, 26일이다. 양측은 실사 과정에서 중대한 오류가 발견되지 않으면 MOU 체결시 거래 구조와 가격으로 인수를 확정하기로 했다.
인수 구조는 한국타이어가 한앤컴퍼니가 보유한 한온시스템 지분 50.3% 중 25%를 주당 1만250원, 총 1조3679억원을 투입해 사들이고, 회사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신주 12.2%를 추가로 매입하는 구조다. 유상증자 가격은 주당 5870원이었다.
한국타이어는 한앤컴퍼니가 2015년 비스테온에서 한온시스템 지분 69.99%를 3조8000억원에 인수할 때 2대주주로 참여해 지분 19.49%를 확보한 바 있다. 구주 인수 가격인 주당 1만250원은 이 당시 한앤컴퍼니가 투입한 원금 수준이다. 이번 거래가 완료되면 한국타이어가 한온시스템 지분 50.53%를 가진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순항을 보이던 M&A가 삐걱거리기 시작한 계기는 한온시스템의 낮은 주가다. 한온시스템의 주가는 주당 MOU 발표일인 5월 3일 종가기준 6490원에서 전날 종가 기준 4405원으로 32% 가까이 급락하면서다. 주가 하락으로 한앤컴퍼니에 지급할 구주(주당 1만250원)엔 시가 대비 132%에 이르는 프리미엄이 붙게 됐다. 이를 두고 일반 주주와 이사회 등에서 "한앤컴퍼니에만 과도한 프리미엄을 얹어줬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는 상황이다. 공개매수 등을 통해 대주주 지분 인수 가격과 동일한 프리미엄을 제공하는 최근 국내 M&A 기조와도 역행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과 한앤컴퍼니 한상원 대표 사이의 '특수관계'도 주목된다. 1972년 1월 생인 조 회장은 1971년 생인 한 사장과 친구 사이로 조 회장이 주도해 인수 금액과 구조를 확정 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양측의 자금 사정을 고려할 때 불가피한 인수 구조였다는 시각도 있다. 한국타이어도 2015년 한앤컴퍼니와 동일하게 현재 주가대비 높은 수준인 주당 1만250원을 소요해 지분을 확보한만큼 추가 자금을 투입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후속 펀드 조성에 속도를 내고 있는 한앤컴퍼니도 자사의 가장 큰 자산인 한온시스템을 원가 이상엔 매각해 출자자(LP)들에게 투자 회수 역량을 증명해야 했다. 이 때문에 매각 측에 일부 원금을 보전하면서 유상증자로 추가 지분을 확대하는 현재 구조를 고안했다는 평가다.
양측의 가격을 둔 이견이 극단으로 치달을 경우 매각 측에 다소 상황이 불리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온시스템은 올 초 재무구조 악화를 이유로 신용등급(AA-)에 '부정적' 아웃룩이 붙었다. 연초 40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에 성공해 연내 만기가 도래하는 총 5000억원 중 일부를 상환하기로 했지만 이 과정에서 2년물은 +5bp, 3년물은 +24bp에 달하는 높은 금리를 감수해야 했다. 한국타이어로부터 유입될 유상증자 자금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하려던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면 추후 금융비용 등이 더 증가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