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선 확률이 높아질수록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미·중 무역갈등 등 트럼프 전 대통령 집권 1기 당시 벌어진 리스크가 재발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상훈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9일 한국거래소에서 간담회를 열고 미국 대선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 이같이 전망했다. 그는 "미국 대선은 변동성을 키우는 요소"라며 "트럼프 집권 1기 당시 시장 변동성은 어느 때보다 컸다"고 밝혔다.
그는 과거 사례를 볼 때,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백악관에 들어서면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봤다. TV토론 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조 바이든 대통령 대통령을 앞서고 있는 상황이다. 김 본부장은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16인은 트럼프 재선 시 인플레이션을 경고하면서 미 국채 금리 상승에 투자자들이 대비하는 양상"이라며 "변동성지수(VIX)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집권 1기 때, 채권·외환시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크게 움직였다. 김 본부장은 "리서치센터에서 돌아가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트위터(현 엑스)를 확인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그러면서 "트럼프식 정책의 특징은 한 마디로 '자국 이익 우선주의'"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은 무역 수지를 높이기 위해 달러가 약세를 보이길 바랐지만, 기축통화로서의 달러 위상은 훼손되지 않길 원하는 등 배치되는 행보를 보였다"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된 2016년 11월 금리는 상승했다. 감세에 따른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국채를 발행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취임 후 경기부양에 나서자 당시 재닛 옐런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은 "금리를 더 올릴 수 있다"며 경고했다. 이 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렸고, Fed 의장은 교체됐다.
트럼프 1기 시절 미국 증시는 대체로 강세를 보였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는 팬데믹으로 하락한 때를 제외하면 2016년부터 2021년까지 상승 랠리를 탔다. 다만 업종별 차별화가 심한 모습이었다. 정보기술(IT), 경기소비, 금융 관련주는 올랐다. 반면 에너지, 커뮤니케이션, 필수소비 업종은 크게 하락했다.
반면 국내 증시는 부진했다. 미·중 무역분쟁 영향이다. 김 본부장은 "무역갈등은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에 부정적인 이슈라며 "판문점 회담, 북미 정상회담 등 지정학적 갈등 완화 기대감에 원화가 잠시 강세를 보이기도 했지만, 무역분쟁 여파로 원·달러 환율은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냉전 종식 이후 세계화 과정에서 가장 혜택을 받은 국가"며 "탈세계화에 따른 영향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내 증시는 미·중 무역분쟁이 재발할 경우 중국 증시와 함께 상대적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김 본부장은 "사법 리스크, 미국 의회 상·하원 구성, 거시경제 환경 등 트럼프 1기와 현재 상황은 차이가 있다"며 "기업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도 국내 증시의 변수로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도 국내증시에 호재는 아니라고 평가했다. 김 본부장은 "바이든 정부도 선거를 앞두고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중국에 관세를 매기고 있다"며 "중국과 경쟁하는 국내 일부 회사엔 일시적인 호재가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좋은 소식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