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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4년 전 폐지 선고 당한 교통세…정부, 3년 추가 연장 '가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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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올해 말 종료될 예정인 교통·에너지·환경세법의 유효기간을 3년 연장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정부가 제출한 폐지 법률안에 따라 2010년 사라졌어야 하지만, 폐지 시한을 잇따라 연장하는 자기모순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올해 말 일몰되는 교통·에너지·환경세법을 3년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달 말 발표될 세법 개정안에 교통·에너지·환경세 연장 여부에 관한 내용이 담길 것”이라며 “그간 법안 존속 기간을 계속 연장했듯 올해도 특별히 다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에 규정된 세율도 유지될 전망이다. 현행법은 휘발유와 경유에 대한 세율을 각각 L당 475원과 340원으로 규정하면서 대통령령으로 30% 범위에서 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시행령을 통해 세율을 탄력적으로 운용하는 만큼 현재 상황에서 이 같은 규정을 손볼 이유는 없다”고 했다.

교통·에너지·환경세법은 휘발유나 경유에 부과되는 유류세의 바탕이 되는 법률이다. 유류세는 교통·에너지·환경세와 주행세(교통세의 26%), 교육세(교통세의 15%), 부가가치세로 구성된다.

교통·에너지·환경세는 1994년 ‘교통세’로 도입됐다. 도로나 도시철도 등 사회간접자본(SOC)을 확충하는데 필요한 재원을 마련한다는 취지였다. 당초 2003년까지 10년간 한시적으로 운영될 예정이었지만 2003년부터 존속 기한이 잇따라 연장됐다. 2007년에는 지금의 ‘교통·에너지·환경세’로 이름이 바뀌었다.

교통·에너지·환경세는 교통시설특별회계 등 정해진 곳에 배분된다. 이로 인해 재정 운영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정부는 이를 개별소비세에 통합하기로 하고, 2008년 교통·에너지·환경세 폐지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폐지법률안이 2009년 1월 국회를 통과하면서 2010년 1월 1일부터 교통·에너지·환경세법은 종료될 예정이었지만, 정부는 2009년 9월 다시 ‘교통·에너지·환경세법’의 유효기간과 폐지법률 시행일을 모두 연장하는 법률안을 제출했다. 이후 3년마다 법률의 유효기간이 연장되고 있다. ‘교통세법’이던 시기부터 2021년까지 법안 유효기간이 연장된 것은 총 7차례로, 또 유효기간이 연장되면 ‘8차 연장’이 된다.

교통·에너지·환경세법을 일몰 직전마다 3년마다 ‘관행’처럼 연장하는 것은 법적 안정성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다른 목적세와 비교해도 문제가 두드러진다는 지적이다. 교육세와 농어촌 특별세도 목적세지만, 교육세는 별다른 유효기간이 없고 농어촌특별세는 유효기간이 10년으로 비교적 길다. “SOC 확충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한다는 당초 취지가 지금 현실엔 맞지 않는다”는 의견도 나온다.

교통·에너지·환경세 징수액은 △2021년 16조6000억원 △2022년 11조1000억원 △2023년 10조8000억원으로 소득세와 법인세, 부가가치세 등과 함께 정부의 핵심 세원으로 자리잡았다.

기재부 관계자는 “교통·에너지·환경세법이 예정대로 폐지되더라도, 어차피 다른 법안으로 휘발유와 경유에 대한 세금 부과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교통·에너지·환경세법이 폐지되더라도 개별소비세법에 따라 휘발유와 경유 소비에 대한 과세가 가능하다.

교통·에너지·환경세법을 존속하되 세수를 다른 용도로 활용하자는 의견도 제기된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5월 2일 서울 가든호텔에서 주최한 ‘의료 개혁 추진을 위한 건강보험과 재정의 역할’ 정책토론회에서 강희정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교통·에너지·환경세 수입을 필수 의료나 지역의료에 활용하자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단 기재부 관계자는 “우선 법안 존속 기한을 연장한 다음에 장기적으로 검토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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