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사진)이 튀르키예 수도 앙카라 도심에 있는 ‘한국공원’을 방문한 건 지난해 8월이다. 유럽 시장을 점검하기 위한 출장길에 현지 교민들의 ‘소원 수리’를 위해 찾았다. 1950년 6·25전쟁에서 목숨 바쳐 평화를 지킨 튀르키예 전사자 724명의 이름이 적힌 공원의 시설이 노후화되면서 곳곳이 파손되는 등 방치돼 있다는 내용이었다. 현대차그룹이 곧바로 한국공원 재단장 프로젝트에 나선 배경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9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약 10개월간 이어진 앙카라 한국 공원 재단장 프로젝트를 마무리했다고 7일 밝혔다. 새단장을 마친 앙카라 한국공원은 지난달 25일 ‘6·25전쟁 74주년 추모행사’를 계기로 개장했다. 준공식에는 정연두 주튀르키예 대사, 베야짓 유묵 튀르키예 참전협회장 등 양국 인사들이 참석했다. 무스타파 카이막 앙카라 문화재보전위원회 이사는 “공원 전체적으로 아름답게 공사가 마무리됐고, 한국공원 방문객들이 굉장히 좋아할 것 같다”고 말했다.
1만여㎡(약 3100평) 규모의 한국공원은 불국사 석가탑을 본떠 만든 9m 높이 ‘한국전쟁참전기념탑’으로 유명하다. 탑을 떠받친 지대부 벽면에는 전사자 이름이 빼곡히 음각됐다. 매년 6·25전쟁 참전 기념행사 및 참전용사 추모 행사가 이곳에서 열린다.
현대차는 한국공원의 상징인 참전기념탑을 그대로 보존하면서 오염된 상단부를 세척했다. 하부는 새로 도색했고, 기단부는 파손된 부위의 석재를 교체했다. 한국과 튀르키예 양국 국기가 그려진 공원 담장과 벤치, 캐노피 등 휴게시설도 새롭게 단장했다. 파손이 심한 기존 공원 바닥 포장은 내구성 높은 트래버틴 대리석으로 전면 교체했다.
세월의 흔적이 쌓여 있던 관리실은 한국식 한옥 건물로 재탄생했다. 나무 그늘이 전부이던 휴게 공간에는 ‘우정의 집’으로 이름 붙인 한국식 팔각정이 새로 들어섰다. 한옥 관리실과 팔각정은 경북 문경에서 제작돼 현지 운송됐다. 국내 목공 전문가 6명이 2주간 직접 설치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한국공원을 찾는 현지 시민들이 좀 더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고, 튀르키예군 참전 용사들의 숭고한 희생을 되새기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1997년 튀르키예 진출 이후 다양한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이어오고 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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