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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속타는 국민연금…2.3조 투자한 마곡 오피스 입주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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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인사이트 7월 4일 오후 4시 42분


서울 서부권역을 대표하는 초대형 복합시설이 될 것이라던 마곡지구 ‘원그로브’가 준공 한 달을 앞두고 ‘공실률 100%’라는 황당한 결과를 받아들었다. 이 시설에 국내 부동산 투자액 중 역대 최대 규모인 2조3000억원을 쏟아부은 국민연금공단은 초비상이 걸렸다.

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투자한 원그로브(CP4) 오피스동을 임차하기 위해 계약을 맺은 업체는 한 곳도 없다. 원그로브는 연면적 약 46만3098㎡로 여의도 IFC(50만6205㎡)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규모다. 축구장(7140㎡) 64개와 맞먹는다. 지상 3층부터 11층까지 오피스, 지하 2층에서 지상 2층까지는 ‘원그로브몰’이 들어선다. 이 중 오피스동은 입주를 희망한 기업이 한 곳도 없고 상가 시설인 원그로브몰에는 이마트 트레이더스 한 곳만 들어서기로 확정한 상태다.

원그로브는 태영건설이 시공한 초대형 사업장이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이후 대주단이 3700억원을 추가 투입해 ‘사업장 살리기’에 나선 곳이다. 준공은 오는 8월이며 입주는 내년 2월부터 시작된다.
○여의도 입주 붐에 마곡은 찬바람
국민연금은 2021년 이 자산을 2조3000억원에 준공 조건부로 매입하기로 확약했다. 원그로브 투자 건은 국민연금의 국내 단일 부동산 투자 중 최대 규모다. 마곡지구가 서울 내 대규모 개발이 가능한 마지막 부지로 꼽혀 미리 선점하기 위해 단행한 공격적인 투자였다. 하지만 원그로브의 초반 임차 마케팅이 차질을 빚으면서 국민연금의 수익성에도 비상이 걸렸다. 임차인을 못 찾으면 국민연금에 돌아갈 수익은 ‘0’이 된다.

원그로브 입주 공실 사태가 벌어진 가장 큰 이유는 기업들이 ‘지리적으로 모호하다’는 이유로 계약을 꺼리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마곡지구는 중심업무권역(CBD), 강남업무권역(GBD), 여의도업무권역(YBD) 등 서울 3대 업무권역이 아닌 데다 여의도보다 서쪽에 치우쳐 있다. 문제는 마곡지구와 가까운 여의도에 대형 오피스 건물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서울 서부 지역에서 입주할 곳을 찾던 기업들이 대부분 마곡지구 대신 여의도로 방향을 틀고 있다.

강남권역에 있는 회사들도 임직원의 거주 지역과 너무 동떨어질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마곡지구 이전을 주저하고 있다. 임차할 사옥을 찾고 있는 쿠팡이 대표적이다. 쿠팡이 임차하고 있는 서울 신천동 타워730에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이 입주하기로 해 자연스럽게 2027년까지 새 사옥을 찾아야 하는 처지다. 싼 가격에 대형 오피스를 원하는 쿠팡이 원그로브로 이전하면 되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작다는 게 부동산 투자업계의 전망이다. 대다수 쿠팡 임직원이 GBD 인근에 거주하고 있어 마곡지구로 이동하면 인재 이탈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게다가 마곡지구에서 오피스 물량이 올해만 99만㎡ 가까이 쏟아진다는 점도 우려를 키우는 요소다.
○대기업 확보해야 분위기 반전될 듯
부동산업계는 원그로브에 입주할 만한 우량 대기업을 확보해야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임차인을 빠르게 채우기 위해 무상임대(렌트프리) 등 수익을 떨어뜨리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부동산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지나치게 대규모로 공급되고 외곽에 자리 잡아 걱정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준공 후 6개월에서 1년 사이가 가장 중요한데, 주요 지역의 절반 수준인 가격적 메리트가 있어 임차가 잘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

이 투자 펀드의 설정과 운용·임차 등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은 “대기업 계열사들은 준공 전 확실하지 않은 곳에 임차 계약을 하지 않으려 하는 편”이라며 “다른 마곡지구 건물보다 랜드마크 자산이라 준공 후 임차를 채워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류병화 기자 hwahw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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