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 미국 최초의 대선 TV토론 때 정치 신인 존 F 케네디와 현직 부통령 리처드 닉슨이 맞붙었다. 경륜으로 보면 닉슨의 우세가 분명했지만 닉슨은 늙고 초조한 인상을 준 반면 케네디는 젊고 잘생긴 외모와 자신감 있는 말투로 유권자를 사로잡았다. TV토론으로 판세를 바꾼 케네디는 그해 대선 승리를 거머쥐었다. 미국에서 TV토론은 대선 승패를 가를 최고의 승부처다.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여론을 움직인다. 1984년 대선 TV토론 때 73세 나이로 재선에 나선 로널드 레이건은 열일곱 살 어린 월터 먼데일이 고령을 문제 삼자 “당신의 젊고 경험 없음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겠다”고 받아쳐 점수를 땄다.
어제 열린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첫 TV토론은 바이든에겐 ‘악몽’이 될 듯하다. 바이든은 국가부채 질문을 받고 부유층 증세를 주장하는 과정에서 억만장자를 조만장자로, 5000억달러를 5억달러로 잘못 말했다가 정정하는가 하면 메디케어(노인 의료보험) 얘기를 하다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거나 횡설수설했다. 미국 언론들은 “바이든이 자기가 무슨 말을 하고 있었는지 까먹은 듯했다”고 전했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패닉에 빠졌다. 트럼프 측이 공격하고 민주당도 우려해온 바이든의 ‘노쇠’ 문제가 그대로 노출돼서다. 토론 직후 ‘누가 이겼다고 보느냐’는 CNN 여론조사에선 트럼프 67%, 바이든 33%로 나왔다. 리얼클리어폴리틱스 조사에선 트럼프의 대선 승리 확률이 토론 전 51.7%에서 54.8%로 뛰었지만 바이든 승리 확률은 35.7%에서 22.2%로 곤두박질쳤다.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선 “타월 던져라”며 후보 교체 요구까지 나온다.
바이든의 별명은 ‘평범한(average) 조’ ‘졸린(sleepy) 조’다. 한마디로 재미없는 정치인이란 뜻이다. 2020년 대선에선 30년 이상 상원의원을 하며 쌓은 경륜과 안정감으로 트럼프를 꺾었다. 하지만 4년 만에 찾아온 리턴매치에선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TV토론은 9월에 한 차례 더 열린다. 대선은 11월 5일이다. 바이든이 과연 열세를 만회할 수 있을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주용석 논설위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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